7월 10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규칙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가능하다. 의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그러자면 야당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본질이 들통 나면서 마주칠 국민적 저항을 피하려는 꼼수다. 민주주의를 생략하는 꼼수가 필요할 만큼 의료부문 규제완화가 박근혜 정부에게 절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찾아보니 그 시작은 역시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 2010년에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분야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44.49%)와 에버랜드(44.49%)가 최대주주인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제2공장까지 완공하면 단일플랜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3년여 동안 레이, 넥서스, 메디슨, 뉴로로지카등 국내외 대표적인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을 사들였다. 지난 3월 13일, 삼성전자는 디지털 엑스레이, 초음파 영상진단기, 체외진단기, 이동형 CT(컴퓨터단층촬영) 등 모두 14종의 첨단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 동안 인수한 자회사인 삼성메디슨, 뉴로로지카와 함께 토털 헬스케어 솔루션도 내놨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에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 UGEO WS80A를 통해 태아의 이미지를 3D TV에서 입체 영상으로 보고 스마트폰·태블릿PC로 전송하는 '헬로맘(Hello Mom)' 기능을 선보였는데, 이른바 ‘원격진료’를 염두에 둔 삼성그룹의 전략이 엿불 수 있다. 그러니깐 논란이 된 ‘원격진료’ 허용은, “모바일 IT 기반의 의료서비스 모델”이라는 삼성그룹 이건희의 미래사업구상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의료 민영화·영리화’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참세상 - 뿌리 칼럼에서 인용)

의료민영화 논란은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본격화됐다. 이때 정부는 의료법인이 의료사업과 별도로 부대사업 범위를 늘리고, 이 부대사업을 하는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이미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민영화는 거의 완성되어있다. 그럼에도 한국 의료시스템이 유지하고 있는 공공성의 토대는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에 전 국민이 가입하도록 한 것과,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과 반드시 계약을 체결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가입자들을 진료하고 그 진료비를 국가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다. 아울러 세금을 면제하는 것을 토대로 의료법인은 영리행위가 금지됐다.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은 연구, 의료인 양성, 장례식장, 식당, 주차장 등 8개 사업으로 엄격히 제한되며, 의료사업이나 부대사업에서 수익이 남는다 하더라도 이를 반드시 의료 기관에 재투자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규제는 악이라고 생각하는 박근혜정권은 이런 의료의 공공적 성격과 시스템을 병원 자회사 설립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자본에게 재갈을 풀어 주려는 것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논란이 벌어질 때, 정부의 변명은 자회사 지분의 51%를 국가 또는 공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민영화가 아니라고 했다. 그것도 거짓말이다. 그런데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해외환자유치 목적만으로 의료법인의 지분은 10%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면 자회사의 이름으로 의료기관 임대와 의료기기 구매사업, 의약품 개발과 화장품·건강(보조)식품 사업, 여행업·숙박업·온천목욕업과 체육 사업까지 열어준다. 당연히 이들 부대사업에는 그동안 의료법인에게 금지됐던 ‘영리 목적 행위’가 허용된다. ‘의료 영리화’를 향한 빗장을 푼 것이다. 치료 받으러 갔다가 건강보조식품만 잔뜩 사오는 다단계를 하겠다는 거다.

의료 영리화가 풀리면 자회사 제약사, 자회사 법인 약국 개설이 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처절하게 짓밟히는 것은 공공 의료이고 가장 환호하는 곳은 바로 사보험 자본들이다. 재벌들과 이미 케이블 티브이를 정복한 사보험과 대부업자들의 입김이 이제 자기들만의 영역에서 이윤이 한계에 왔음을 인지하고 탐욕의 신생 블루오션을 열겠다는 것이고, 반면에 국민들의 건강은 오직 돈이 결정하는 지옥이 열리고 있다. 병이 의심돼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치료비를 내기는커녕 교통비를 돌려주더라는 유럽의 의료시스템, 대규모로 의료 인력을 양성해 공공의 시스템을 갖춰온 쿠바·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의료공공성은 밑바닥 수준이다. 

그런데도 재벌들은 벼룩 눈곱만큼 남은 의료 공공성을 새로운 탐욕의 희생물로 삼고자 하고, 재벌의 법 제조기인 정부와 여당이 그 길라잡이를 하고 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길이 정답인데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죽음의 바이러스라는 에볼라의 공포가 지구를 흔들고 있다. 에이즈보다 무섭다고 한다. 하지만 에볼라보다 더 흉측한 공포가 팔레스타인을 점령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학살이고 그것을 지원 방위하는 미국의 횡포다. 그 학살에 무기를 공급하는 나라, 유일하게 유엔에서 이스라엘의 학살 규탄에 기권한 나라,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정부가 책임 없다고 선거에서 밀어 주는 나라, 대한민국의 몰염치 파렴치가 열배 백배 더 무섭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 공동체적 생존을 탐욕한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며 국민의 행복을 말하는 민영(사영)화 맹신도 들의 정신적 영리 바이러스다. 그 죽음의 바이러스가 의료 영리화란 말로 창궐 중이다.

 [이글을 쓴 지 일주일 넘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8월 12일에 정부는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아예 발가벗고 노골적으로 생명과 의료를 돈벌이로 전락시키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전 국토를 도박장으로 만들고 향락장으로 만들어 노름꾼 윤락녀로 일자리를 창출 하겠다는 심보다. 이명박의 4대강이 박근혜식 도박장으로 바뀌어 나왔다. 

교황도 비판한 '부자가 잘되면 가난한 사람도 좋아진다'는 낙수효과라는 미신을 절대 신봉하는 박근혜 정권은 정말 국민에게 재앙이다. 이 재앙을 `민생이라며 몰아붙이는 정권, 정말 큰일이다.]


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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