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80.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저자:윤혜숙 / 사계절출판사


몇 해 전인가 어느 책에서 조선시대에도 책을 파는 서점과 돈을 받고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꽤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후 전기수나 서쾌에 관한 책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이,  글감도 유행을 타는가보다.

 <뽀이들이 온다>는 제목이 재미있어서 고른 책이다. 뽀이라 하니까 ‘슈샤인보이’라는 옛날 노래가 생각나더니 <변사>가 등장하자 “~ 것이었던 것이었다.” 란 말이 내내 입에서 맴돌아 계속 “슈샤인~ 슈사인”하다가“  “~ 것이었던 것이었다.”를 반복하며 읽었는데, 내용은 전기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글의 배경은 1920년대로 무성영화가 보급되고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변사’들이 등장하고 시대말 전성기를 누리던 전기수들의 위기와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최고의 전기수 도출의 문하생들. 첩의 자식이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돈을 좇아가는 아이 동진과 스승처럼 최고의 변사가 되길 꿈꾸는 아이 수한, 가보지 못한 세상과 살아보지 못한 시간 속으로 갈 수 있어 이야기를 좇는 아이 장생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과하지 않게 그려진다.

스승 도출이 무성영화를 이야기가 아니라며 “이야기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지 눈이나 귀를 홀리는 게 아니다”라는 말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이야기에도 힘이 생긴다”고 반박하는  동진의 말에 더 공감하는 까닭은 내가 그들처럼 돈을 버는 목적은 아니지만 책을 읽어주러 다니고 있고 듣는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내 이야기도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책 속의 이야기로 <춘향전><장화홍련전>등 고전소설을 읽는 재미도 있고 1920년대의 종로나 청계천은 시대극을 보는 듯하고 우미관이나 단성사에서 상영된 무성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방정환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랑의 선물>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혹시 이 분도 동화모임을 하시나? 하는 생각에 괜히 친해진 듯이 혼자 웃다가, 도출이 오래된 옛이야기를 모아 한글책으로 엮어내는 내용을 보며 잠시 벅차기도 했다. 

 계월향 이야기를 하고 잡혀가는 도출의 모습이 좀 과한 듯이 여겨졌지만 그 모든 것이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는 것.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 저마다 자기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는 때마다 사는 곳마다 이야기도 다 다른 법이라는 말이 특히나 와 닿는 것은 내가 그 이야기의 한 자락에 서있음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이 12년 만에 단독주택에 자리를 잡았다.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집을 구하고 (장기 전세로) 수리를 해서 드디어 이사를 했다. 저간의 어려움은 다 잊어버렸는지 힘들고 지치는 이삿짐 정리에도 너 나 없이 모두 한 손을 거든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도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이곳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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