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84.

조아라 글/그림 | 한솔수북 

개인적인 취향인가보다. <모치모치 나무> 나 <모르는 게 더 많아> 같이 검은색이 주를 이루는 그림책이 좋다. 인물들의 형태나 주변의 묘사가 검은색일 때 현란한 색을 썼을 때보다 그 이미지가 가슴에 더욱 깊이 박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로켓보이>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책을 펼치면 담박한 느낌의 그림과 희고 검은 두 색을 이용한 ‘보이’의 꿈이 펼쳐진다. 까만 저고리를 입은 소년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뒤를 이어 진짜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전쟁이 무엇인지 그 비행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는 소년은 비행기를 만드는 꿈을 키워 로켓을 타고 달에 가는 꿈을 키운다. 전쟁이 터지고 미군인 들어와 아이들은 초콜렛을 구걸하지만 소년은 망원경에 호기심을 갖는다. 

 소년은 피난살이를 하는 천막안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 별에 가고 싶었는지 달구경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소년은 작은 로켓을 만들어 계속적인 실패를 거듭한다. 그가 만든 로켓은 빨래터 아낙들을 놀라게 하고, 아이들은 다시 전쟁이 난줄 알고 울었다.  조금 커서도 소년은 로켓 만들기에 열중했나보다. 어머니가 혼을 내는 그림이 있고 소년은 로켓을 들고 뛰어 나간다. ‘ ... 했나보다’  라고 짐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그림책이 ‘소리없는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글이 없어서 더욱 고요하고, 소년의 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림책이다.

 그림은 단순하고 검거나 희며, 종이는 누런 색이다. 이 종이를 보면 종이 냄새가 물씬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의 눈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편하게 해주는 종이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순박함은 곧바로 ‘그래, 내 꿈은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게 한다.

 소년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다 하늘을 보게 되고 하늘을 보니 별이 있고 달이 있고, 그래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가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계속적인 질문이 생기고 저 소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전쟁통이었을 텐데 로켓에 호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 얼핏 이상한 생각도 든다.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건들이 지겹지는 않았을까 무섭지는 않았을까...그러나 조용한 그림들은 이런 생각을 준다. 소년은 혹시 고요하고 평화로워보이는 저 하늘 먼 곳으로 가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림에서는 소년의 꿈과 소년의 현실이 마치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이 주는 아픔을 철저히 느끼며 자기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아름다운 하늘, 낮에도 별이 떠 있고 밤에는 고요한 달이, 그리고 낮에 희미했던 별이 찬란한 빛을 발하는 그 곳... 전쟁이 벌어지고 눈 앞에서 이웃 아주머니가 죽어가는 짐승같은 시간들을 소년은 자신의 꿈으로 힘겹게 버텼던 것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그림책에서 소년의 아름다운 꿈만을 볼 수도 있다. 전쟁과는 상관없는 소년의 순박한 꿈, 하지만 현실을 멀리하고 살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현실속에서 꿈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아무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소년의 아름다운 꿈 뿐 아니라 소년의 처절했던, 견뎌야 했고 살아내야 했던 그 현실에 오히려 코가 찡해지는 것이다.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민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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