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은 옛이야기들을 항상 갈망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께 밤마다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듣기가 쉽지 않다. 삶에 쫓겨 지내 온 나 역시 어릴 때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그 구수하고 정겨운 옛날이야기를 잊고 지내서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는 들려주지 못 했다.

  그런 나에게 은행나무도서관 함박웃음 회원이 되어 신입교육 때 알게 된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는 나에게 옛이야기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맛보게 했다. 동시에 이야기에 대한 아이들의 갈증도 해소해 주었다. 책을 읽어주며, 이야기로 들려주며 아이들에게 그 무궁무진한 옛이야기의 세계에 빠져 귀를 쫑긋하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밤마다 옛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고, 이야기를 듣고는 행복해했다.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는 총 10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데 1권 두꺼비 신랑, 2권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 3권 메주 도사, 4권 호랑이 잡는 기왓장, 5권 나귀 방귀, 6권 박박 바가지, 7권 떼굴떼굴 떡 먹기, 8권 호랑이 뱃속 구경, 9권 신통방통 도깨비, 10권 아기장수 우투리 로 각 책마다 각각의 주제에 맞게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6권에 있는 (박박 바가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깬 할아버지, 할머니께 들키지 않으려 이런저런소리를 내며 결국엔 무사히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얘기가 인상 깊었던 건 재밌기도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 잠자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옛이야기는 밤마다 어린 나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도둑이 내는 소리가 참 엉뚱하지만 재치 있기도 한 대목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도둑이 내는 동물소리 중 특히 코끼리를 “코코, 끼리끼리. 코코, 끼리끼리...... ”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코끼리 소리를 그렇게 표현 할 줄이야!

  웃음과 해학이 있는 옛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웃음과 재미, 행복, 작지만 많은 것을 전해주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들으며 상상하게 하는 우리의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책과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옛이야기의 재미와 지혜, 그리고 우리정서를 알게 해 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함박웃음 15기 안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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