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호  2014. 10.27~11.16)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86.

나카에 요시오 글/ 우에노 노리코 그림

박상희 옮김 /비룡소

 “엄마가 짜 주신 내 조끼. 어때, 정말 멋지지!  정말 멋진 조끼다! 나도 한번 입어 보자. 그래. 조금 끼나?”

이것이 이 책에 나오는 글 전부이다. 그림이 없다면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글만 읽었을 때는 또래 친구들이나 몸집의 크기가 다른 친구들이 조끼를 한 번씩 입어보는데 조금 껴서 몸에 맞지 않는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면지 다음에 제목에서 빨간 조끼를 그린 것이 재치 있어 보였다. 생쥐는 엄마가 짜 준 빨간색 조끼가 맘에 들어 뽐내고 싶어 한다. 오리가 와서 “정말 멋진 조끼다! 나도 입어보자” 하니 “그래” 할 수밖에 없다. 생쥐의 표정은 ‘이거 우리 엄마가 짜준 건데’ 하면서 주기 싫은 표정이다. 오리는 빨간 조끼를 입고 좋아서 날개를 퍼덕여본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원숭이는 오리가 입은 조끼를 잡아당기며 “정말 멋진 조끼다. 나도 한번 입어보자.”한다. 오리는 자기 조끼도 아니지만 “그래”하면서 줄 수밖에 없다. 원숭이가 조끼를 입어보니 역시나. 조끼를 몸에 맞추려고 부르르 몸을 흔들며 조끼를 늘린다. 다음엔 물개도 즐거운 표정으로 와서 조끼를 잡아당기며 나도 한번 입어보자 한다. 아마도 원숭이는 ‘나한테도 안 맞는데 나보다 큰 너한테는 들어가지도 않아.’라고 말하는 듯하다.

계속 이어서 사자, 말, 코끼리 등 점점 덩치가 큰 동물들이 와서 조끼를 입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재미있다. 오리한테도 작은 조끼가 그들한테 맞을 리는 없다.

코끼리가 입은 조끼를 보고 작은 생쥐는 얼마나 놀라고 실망을 했을까? 조끼를 어깨에 걸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 흘리며 힘없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엄마가 다시 짜주실 거야.” 라며 위로라도 해 주고 싶어진다.

한 장을 넘기니 코끼리가 늘어난 조끼를 이용해 그네를 만들어 생쥐를 태워주며 놀고 있다. 생쥐의 마음이 되어 실망하고 있는 아이들한테는 반전의 기쁨이다. 

덩치가 클수록 조끼를 입으려고 안간힘을 쓴 표정이 재미있다

반복된 대화, 덩치가 커질수록 지면을 점점 채워가는 그림들, 반전의 기쁨 등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충분한 재미난 그림책이다. (2014. 9. 24)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김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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