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  2014. 9.29~10.12)

■ 대표 : 황영이

■ 총무 : 홍기혜

■ 고문 : 정헌순, 허추자

■ 감사 : 권정자, 이정숙

■ 회원  : 김순자1, 김혜숙, 김숙자, 이향란, 정민경, 백인숙, 조병순, 이복순, 김순자2, 정수미, 전순표, 

             이춘자, 김순덕, 정순정, 신용순, 노양임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이번엔 어떤 동아리를 소개 할까? 한 달에 한번 씩 찾아오는 고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도 있는데 독서동아리는 어떨까?’ 평생학습관 동아리 담담인 이현정 씨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이현정 씨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르신 동화구연 동호회가 있는데 어떠세요? 그분들 아마추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잘 하시고 열심히 활동하세요”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스마트한 할머니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어르신 동화구연 동호회 ‘아름다운 실버’다. 아름다운 실버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면 금천노인종합복지관 2층 솜씨방에 모여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 줄 교구자료를 직접 만들기 위해 모이신다.

지난 26일에는 전래동화 ‘주먹이’를 주제로 직접 그린 동화의 장면들을 네 개의 상자에 붙이고 상자의 방향을 바꾸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교구를 만들고 있었다. 동호회 회장이자 아름다운 실버의 영원한 선생님이신 황영이(64)씨가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나눠주고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자 몇몇의 할머니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황 선생님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모습과 평균나이 70의 할머니들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스마트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실버가 창단된 것은 2011년이다. 복지관에서 색동회가 진행하는 동화구연 강좌가 약 3개월간 열렸는데 당시 황영이 씨는 30여년의 교직생왈을 마감하고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손자, 손녀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미 동국대평생대학원에서 동화구연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배움엔 끝이 없는 법, 너무 좋아하는 동화구연이기에 그녀도 강좌를 함께 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나면 이분들 다 흩어질 것 같아서 제가 손을 들고 총무하겠다고 하며 붙잡았어요. 동화구연 계속 같이 하자고 했더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라며 황영이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부터 3년이 훌쩍 넘는 동안 쭈욱 함께했던 창단멤버가 6명이다. 


동화를 하면 동안이 된다


눈부시게 하얀 백발에 포인트로 한 가닥 빨갛게 물을 들인 모습이 너무 고우신 허추자(74)할머니는 손으로는 열심히 교구를 만들면서도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가만히 들어보니 멋 내기 팁을 친구들에게 전수중이다. “어떤 사람이 가르쳐 줬는데, 하얀 머리에 립스틱으로 슥슥 칠하면 이렇게 염색한 것처럼 된다니까~”

74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팽팽한 얼굴에 (조금은 과장해서) 백발이 아니면 할머니 인줄도 모를 것 같은 허추자 씨의 동안 비법이 궁금했다. “동화를 하면 동안이 된다우~, 일주일에 두 번 아이들 만나서 동화를 읽어주고 있는데 그렇게 1년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훌쩍 자란다니까. 처음에 앉았던 매트가 가을쯤 됐을 때는 작아지는데 그게 또 얼마나 신기한지”라고 말하는 그녀는 아이들 자라는 모습만 봐도 흐뭇한 영락없는 외갓집 할머니 같았다. 

“어느 날 버스를 타러 갔는데 한 아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유치원 갔다가 오는길에 나를 보더니 ‘동화 선생님~’하면서 막 뛰어와서 팍 안겼어. 아이 할머니는 아이가 모르는 할머니한테 갑자기 달려가서 안기는 모습에 기가 막혀서 뒤뚱뒤뚱 뛰어 오시더라구. ‘안녕하세요. 전 동화선생님이에요’하고 소개를 했더니 숨을 헐떡이면서 ‘아이고 그러세요.’라며 인사를 하는데 그럴 때 참 재미도 있고, 아이가 달려와 안겼을 때, 그럴 때가 보람이지…”


황혼의 사랑


아름다운 실버의 최고 연장자이신 정헌순(78) 할머니는 황혼의 사랑에 한참 빠져계신다. “방송반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발표회 때 황혼의 사랑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하더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에게 있어 황혼의 사랑은 일주일에 두 번씩 목욕재개를 하고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더라고” 78세 할머니는 어떤 연애를 하고 계실까? 궁금함에 할머니를 제촉했다. “호호, 애인 만나러 어디로 가느냐구? 그야 아이들에게 가는 거지.  황혼의 사랑이 그것보다 더 좋은 사랑은 없는 것 같아. 우리나이에 무슨 사랑을 어디 가서 어떻게 하겠어. 그 아이들이 애인 못지않게 귀엽고, 사랑스럽지” 정헌순 할머니의 말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혹시라도 노인 냄새가 날까 샤워를 하고, 애인 만나러 가는 것처럼 머리도 만지고 간다는 할머니의 황혼의 사랑에 가슴속에 따뜻한 것이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도서관 뿐만 아니라 데이케어센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도

동화를 읽어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김순덕(67)할머니는 “어르신들한테는 ‘선녀탕 할머니’라던지 ‘똥떡’ 등 옛날을 추억할 수 있는 소재의 동화를 읽어드려요. 옛날 목욕탕에 가면 시원하고 달달한 요구르트 한 병을 먹기 위해 엄마가 때를 밀어주는 아픔도 참았다는 등 동세대로서 서로 공유하고 있는 추억을 동화를 매개로 끄집어내죠” 김순덕 씨는 데이케어센터에 나가면서 어르신들에게 들려드리기 위해 옛날 유행가 책과, 수수께끼 책도 장만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면을 접하다 보니 나이든 우리하고 얘기들하고 소통의 길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순수한 영혼에게 나의 순수한 것을 그대로 심어주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좋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이정숙(70)할머니는 젊어서 아나운서였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는 살아왔잖아요. 살아온 세월 속에서 경험철학이나 가지고 있던 지혜를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것. 아이와 어른의 세대공감을 동화구연을 통해 이뤄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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