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호  2014. 11.17~11.30)


동아리탐방 - 두루소리 방송반 (금천노인종합복지관)


금천노인종합복지관 두루소리 방송반원들이 7월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손은화, 김계숙, 김연수, 황춘자, 백원숙, 배응상, 허보영, 안정숙, 정헌순   사진제공 : 금천노인종합복지관

12시 정각!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할머니들의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를 시작으로 약 10분간의 방송이 시작된다. 올해로 9년째를 맞고 있는 금천노인종합복지관 방송반의 풍경이다. 식사하거나 각자의 쉬는 시간 속에 울려 퍼진 방송은 ‘잘 들었다’는 따뜻한 인사로 돌아온다.

방송은 1명이 진행하며 방송반원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맡고, 각자가 자신의 대본을 사전에 직접 작성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선곡하기도 한다.

방송반은 9년 만에 처음으로 11월 25일 방송제를 할 예정이다. 방송제 준비에 여념 없는 안정숙(83세), 김계숙(76세), 황춘자(75세), 백원숙(68세) 할머니를 만났다.

황춘자 씨는 2006년에 방송반에 들어왔다. “대본을 주면서 읽어보라는 오디션을 봤다. 웬만하면 떨지 않는데 그 날은 정말 진땀이 나고 떨렸다. PD나 MC를 하고 싶었고, 방송반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고 말했다.

안정숙 씨는 “대본을 써야 하니까 자꾸 책을 보고 뉴스도 듣게 되면서 자기 수양이 되는 것 같다.”고, 황춘자 할머니는 “논평을 써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글 짖기 연습이 됐다. 팬도 생기고 직원들이 방송에 관해서 이야기도 해주고 너무 보람 있고 감사하다.”면서 방송반 활동의 장점을 꼽았다.

방송 소재는 어디서 찾을까?

할머니들은 짧은 점심방송을 준비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좋을 글을 모으기도 한다. 대본을 써서 담당 복지사와 이메일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최종 대본이 확정된다.

형나금 담당 복지사는 방송반 어르신들은 기본소양으로 컴퓨터 활용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귀띔한다.

안정숙 씨는 “요즘에는 나이가 있다 보니 건강에 대한 것을 많이 찾는다. 노인에 대한 지식도 찾고, 시에 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전에는 책도 안 보다가 방송하게 되면서 접하게 됐다. 인터넷도 많이 사용하고….”라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김계숙 씨는 “우리가 하는 방송을 복지관의 모든 사람이 다 듣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 듣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하고 나가면 어떤 분은 원고를 달라기도 하고, 어느 분은 너무 좋다고 공감을 표하기도 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며 청취자의 반응에 대해 기뻐했다.

오랜 시간을 일궈온 방송반에 대한 기대도 이어졌다.

김계숙 씨는 “방송반이 복지관에 많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집과 고집이 심해지는데 이런 것을 보면서 서로 고쳐나가는 발전하는 노인의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소개했다.

박원숙 씨도 “부족하지만 방송을 하다 보면 음성의 높낮이가 적당한지 알 수 가 없다. 그런 것이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도 전했다.

방송반을 담당하는 형나금 복지사는 “자꾸 기억하려 하고 생각하려 해서 연세보다 정정하시다. 이것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방송제도 준비하고 있다.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방송을 들으면서 복지관에서 무슨 일이 있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파수는 없지만,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서로 보듬어 나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송반 어르신들이 진정한 ‘라디오 스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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