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호  2014. 10.13~10.26)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 87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가 권성동이라 한다. 이 사람은 환경노동위가 환경과 노동자 입장에서 사회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는 위원회라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정통적으로 이어 온 국감 증인에 사장들을 절대 부를 수가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환경파괴자본보호위원회로 바꾸더니, 이제는 아예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근로기준법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그가 제출한 법안은 현재 주당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년간 주 20시간으로 늘리자는 거다. 현재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이다. 근로기준법 50조는 이를 초과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110조 제1호). 그런데 개념 없는 대한민국의 법은 근로기준법은 53조에서 당사자 간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 연장 근로할 수 있다고 정해서 죽도 밥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당사자 합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근로계약서를 써 본 사람은 안다. 거기에 어떻게 취업자의 의견이 들어간 합의가 존재할 수 있는지.. 

지금의 근로기준법 자체가 노동자들에게 아주 불리한 것인데 이제 그것도 모자라 주 60시간 노동제를 만들겠다니 새누리당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의 시계를 19세기 초반으로 후퇴시키고 있다. 

또한 휴일노동에 대한 가산수당은 아예 없애버렸다. 현행 근로기준법 56조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에 대해'라고만 규정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휴일에 연장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지금보다 수당을 덜 받게 된다. 기존에는 통상임금의 200%(통상근로 100%+휴일수당 50%+연장수당 50%)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통상임금의 150%(통상근로 100%+연장수당 50%)를 받게 된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비정규직 2%, 정규직 10%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는 노사합의라는 것은 쫓겨나기 싫으면 받아들이라는 강제규정, 일방통첩이다. 그것도 모자라 노동시간을 사용자 멋대로 쪼개고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연장시키는 개악안도 슬쩍 끼워 넣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도 현행 2주 및 3개월에서 1개월 및 1년으로 연장하도록 한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특정일에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 범위 안에 맞추는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가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줄이는 장치로 쓰인다. 당연히 사용자 측은 단위 기간이 늘어나는 방향을 선호한다. 그래야 바쁜 한 주일은 왕창 일을 시미고 덜 바쁜 주일은 일을 조금시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를 만들면 일은 일대로 시키고 수당은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이런 개악 안을 들고 나온 이유는 최근의 법 판결에 대한 자본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속셈이다. 최근 대법 판례를 통해 휴일노동을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의 판결도 늘어난 자본가에게 연장노동수당 부담을 키웠다. 사실 이런 법의 판결은 그동안 우리 노동자들이 눈 뜬 채 당한 도둑질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도둑질을 제 맘대로 못한다고 그것이 추가 비용이라 억지를 쓴다. 장물을 돌려주는 것은 도둑질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자본가들은 새누리당을 통해 장물조차 뺏길 수 없다며 지속적인 도둑질을 보장해 달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닦달을 한 모양이다. 권력과 자본의 흉기가 된 새누리당은 이런 닦달을 견디지 못하고 아예 법 제도를 고쳐 도둑질 못해 받은 손실을 땜질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 이번 개악안의 본질이다.

OECD 국가군을 대상으로 한 주요 노동지표의 비교를 보면 한국의 일자리는 최고 아니면 최저다. 1위를 포함한 상위권을 차지한 지표들은 임시직 비율(2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1위), 성별임금격차(1위), 연간노동시간(1위), 인구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수(1위) 등이다. 반면, 최하위권을 차지한 지표들은 고위직/관리직 여성노동자비율(24위로 최하위), 공적사회복지 지출(24위로 최하위), 비준한 국제노동협약 개수(28/30위), 노동조합 조직률(29/30위), 임단협 적용률(29/30위) 등이다. 열악으로는 으뜸이요 권리로는 꼴찌가 대한민국 노동현실인데 여기서 도대체 더 무엇을 쥐어짜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민주노총은 새누리당이 이번 개악 안에 대해 "노동시간 줄여 일자리 늘리자고 했더니 시간 늘리고 임금까지 깎는 새누리당"이라며 노동시간단축 논의에 찬물, 노동자 뒤통수치는 명백한 착취입법이자 입법 폭력이라 규정했다. 현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자본들의 이윤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자본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쌓아 둔 사내유보금이 1,000조를 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노동자 서민들의 일자리가 불안하고 지갑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안정된 일자리로 삶을 단도리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미국이나 일본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자본가들에게 임금 인상을 하라고 대통령이 나서 독려를 하고 있겠는가? 신자유주의적 관점, 시장만능의 승자독식의 정글경쟁 경제는 공멸의 길이다. 노동자 민중 생존권을 파괴하는 정책은 악마의 길이다. 그것은 결국 자본주의 자체도 존립하지 못하게 하는 길이었다. 세월 호를 해결하는 모습에서 확인한 잔인하도 무식한 대한민국에서 이런 최소한의 역사적 상식과 합리적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겠지. 애절타.

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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