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 88

우리 역사에서 외국과 손을 잡고 군대를 들여온 것이 두 번이다. 한번은 신라와 당나라이고 다른 한번은 임진왜란 때 조선과 명나라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지금은 하나의 민족역사로 인식 되지만 백제와 신라는 매년 전쟁을 하는 사이였다. 오히려 백제와 일본은 전쟁 한 번 없던 우방이었다. 가장 약세인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은 지금에서야 소탐대실의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신라의 절박한 생존전략이었을 것이다. 당나라군의 장군인 소정방은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기세로 신라마저 먹어 치우려 경상도 상주까지 진군한다. 이에 김유신은 강경하게 맞서 소정방의 탐욕을 물리치는데 일설에는 잔치를 베풀어 독살을 했다고도 한다.

 명나라 장군인 이여송도 왜군을 물리 친 후 조선을 먹어 치우려 했다. 하지만 이이 율곡과 함께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던 송구봉에게 혼 줄이 나면서 욕심을 버리고 제나라로 갔다는 설화가 있다. 외국군이란 본시 이런 법이다. 그래서 주권이 있는 나라라면 주권의 핵심으로 군사 주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한민국은 군권의 핵심인 작전권을 알아서 외국에 받치고 그 외국이 이제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가지라고 해도 죽어도 안 된다며 바지가랭이를 잡고 늘어진다. 참으로 기괴한 일이다.

 지난 10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했다. 무기한이라니 반환이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이런 주권의 문제를 정부의 한 각료가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다. 그 이유는 더 한심한데 "한국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라고 했다.

지금도 한국은 북한의 30배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쓰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퍼부어야 결정적인 군사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 미국마저 전작권 반환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이명박 정권 때 이미 한 번 연기한 전작권 반환을 다시 미루는 것은 한국 측이 애걸에 의해 정해진 모양이고 그 대가도 역시 돈이다.

 한국 군은 전작권 전환의 목표시기와 관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킬 체인'(Kill chain) 및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시기인 2020년대 중반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이 '킬 체인'(Kill chain) 및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에 필요한 수십조원대 무기를 추가로 미국에서 사들이겠다는 말이다. 최소 27조7천898억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27조의 돈으로 군사 주권을 사는 것도 아니고 팔아먹는 것이니 역사적으로 제2의 이완용 소리를 들을 만 하다. 예산 없어 유치원 아이들 복지비를 지불 못한다고 엄살을 떨 것없다. 이런 예산을 돌려쓰면 된다. 백번을 양보해도 한번 연기한 이유로 (북 핵 문제와 내부의 준비 정도) 다시 작전권을 연기시킨 것은 이병박과 박근혜 정권의 안보 무능력 무책임을 보여 주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에게 결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국방예산이나 무기체계 따위가 아니라 자국 국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겠다는 기본적인 책임감과 주인의식이다. 국가의 안전을 미국에 맡겨야 안심이 되는 사대주의와 굴종의식에 찌든 정부와 군은 국민에게 불안감과 치욕감만 던져준다. (민중의 소리 사설 중) 라는 언론의 비판은 참으로 아프다.

필요에 따라 나라 간 군사동맹을 맺고 안보협력을 취할 수 있지만 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나라는 없다. 그런 나라는 아직 식민지 종속 체제일 뿐이다. 미국과 한국이 혈맹이라 해도 이해관계가 맞을 때도 있고 대립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군인의 생명은 물론 전체 국민의 생사를 미국에 맡기는 것은 대한민국이 결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님을 전 세계적으로 보여주는 망신이다.

 군사 작전권을 미국에 준 것은 이승만이다. 그 이후 군사독재 시절에는 미군에 관련된 부분을 말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받는다. 한국 사람이 미국 국기를 태웠다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받던 시대였다. 그나마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벗어나 종속적 체제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수정을 한 것은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권 이후 였고 그때 여론에 밀려 평시 작전권을 찾아온다,. 하지만 작전은 전시 때 펼치는 것이니 시체 말로 '아유 의미 없다.' 형 조치일 뿐이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합의해 2012년 4월 17일 반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10년에 2015년 12월 1일로 반환을 연기했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한 없는 연기로 작전권 반환을 영구히 포기하고 만다. 이런 과정은 정확하게 민주주의의 후퇴와 동반한다.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돈과 권세와 부정으로 장악한 이들에 의해 민주주의 유린은 민생의 파탄이자 민족자주와 평화통일마저 후퇴된 것이다.

이인호라는 친일파의 딸이 비록 우파적 입장이었지만 평생을 독립운동을 했고 마지막까지 민족과 조국의 분단을 막으려고 했던 백범 김구를 대한민국의 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막장의 시절이다. 전시작전권은 대한민국의 미국 등 외세로부터 자주적인 민주 국가임을 보여주는 시금석 중 하나다. 세계 10권에 드는 경제력을 자랑하면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은 지금 지배세력 들이 일본과 미국 등 외세에 기대 자기 기득권을 유지했다는 역사적 뿌리에서 기인한다. 사대 매국세력의 피가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할 일은 대한민국을 근본에서 혁신하는 관점으로 불의와 왜곡에 맞서는 일이다.


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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