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호  2014. 11.17~11.30)


아파트는 원래 공장 기숙사 

처음부터 감옥 같은 통제의 공간

인간의 탐욕은 단절과 고립의 감옥을 돌려 

부와 사치의 상징으로 삼았다.


모래밭 뽕나무 밭, 작은 섬에

아파트 숲이 들어 선 지 어언 수십 년

그 사이 땅 값 아파트 값은 수십 수백 배

도대체 이런 폭리는 어디서 오는가?


자본주의는 본시 상생이 없다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 그만큼 손해를 본 것 

어떤 회사가 이윤을 냈다는 것은, 

누군가 그 회사의 상품을 가치 이상으로 

샀다는 것


국가 재정이 적자라는 것은, 

세금에 대해 누군가 그만큼 폭리를 

취했다는 것

재벌들의 재산 증가액이 

서민들의 빛 증가액과 함께 한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은폐된 상식의 비밀 아닌 비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잠실 강남 부동산 투기 바람의 시원

강남 부유층들의 독립 공화국

거기엔 자유로운 인간들의 관계가 아니라 

주인과 하인들의 세상


강남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아파트 경비만으로도 흐뭇했다는 이만수씨

지난 10월 7일 

서울 강남 압구정 신 현대아파트 

경비원 이만수 씨는

한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유서를 쓰고

아파트 내 주차된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했다

‘이거 받아먹어’ 라며 

5층에서 음식을 던지는 등 

일부 입주민의 폭언과 비인격적 대우 속에서 

내가 개라면 꼬리라도 흔들 텐데

내가 사람이니

내가 사람이니

내가 사람이니…


그곳엔 경비는 호텔 주차 요원 

자동차 키 던져주면 주차도 대신 해야 했다

그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 미만.

주는 임금은 최저 미만 요구하는 서비스는 

5성급 호텔

이 채울 수 없는 간극에서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짐승


이 이하면 인간도 아니라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몇 천원 몇 만원 최저임금을 주면

세상이 뒤집어 지는 듯

경비원 수를 줄이고, 청소부 수를 줄이고, 

용역 파견 악용으로 고용불안으로 증폭하고, 

저임금 일인 근무, 24시간 교대제…

그래, 경비 미화 일은 이등 삼등 인간들의 몫

그들은 현대판 하인, 머슴, 노예


인권이 없으니

사람이 아니라 사람 닮은 하인 

수건처럼 사람도 쥐어짜도 된다는 마음속엔 

어느새 봉건 신분제가 부활한 것

대한민국 강남 봉건 공화국 만세! 

대한민국 아파트 봉건 공화국 만세!   


고용불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

그리고 하인 취급하는 주민들의 갑질. 

그래 우리는 언제나 을, 을에는 병, 병에는 정

회사에서 구박 받던 사람은 식당에서는 갑.

식당에서 을이었던 사람도 

아파트 입주민으로는 갑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그럴듯한 용어는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는 현실의 말에 

언제나 그저 조롱과 멸시의 대상인 

우리는 현대판 하인


죽음은 불현듯 오지만

죽음을 향한 시간은 아주 오래 농축되는 것

인격 살인을 당한 유가족들이

부장판사 출신 입주자 대표자에게 사과를 

요청하자 그것은 그저 입주자 개인과 경비원 개인의 문제라고 할 뿐

개인과 개인

이 비정한 표현에, 이웃으로, 공동체로 

함께 사는 사람으로 살아감의 

최소 온기도 없다. 

온기가 없는 생명은 이미 죽은 것. 

이 온기 없는 시간의 냉기가 인격과 

삶의 죽음을 낳았고

사람다움을 위해 생명을 걸고 죽음에 대해 

죽음으로 저항한 

경비노동자 이만수


그러므로 그는 죽음으로 진 것이 아니다. 

그의 죽음은 사람을 존엄을 파괴하는 

노동의 신성을 거부하는 

반 인간들에 대한 준엄한 저항, 준엄한 충고. 


100세 시대에 정년을 65 세로 늘려 달라는 

요구가 거절되었고 

요구를 하는 경비가 왜 필요하냐며 

경비 다 잘라버리라는 폭언 속에, 

경비원도 사람이다. 노동인권 보장하라는 

말 하나로

산 자들에게 시대의 과제를 밝힌 그는 

우리 시대 의인이자 열사다.


남부노동상담센터

문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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