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호  2014. 11.17~11.30)

다시마 세이조 글 그림/보림


<뛰어라 메뚜기>란 제목에 맞지 않게 표지에 있는 메뚜기는 살이 찐 것인지 오동통한 모습에 눈은 잔뜩 겁을 먹었는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메뚜기한테 자꾸 뛰어라 뛰어라 한다. 메뚜기는 뛰라고 하지 않아도 뛰고 날아다니는 것이 당연한데 왜 “뛰어라 메뚜기”라고 했을까 의문이 간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가?

  면지에는 풀숲이 펼쳐져 있고 다음 장에서는 메뚜기가 풀잎 뒤에 웅크리고 숨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야 메뚜기의 상황을 짐작하게 된다. 

조그마한 풀숲 속에 메뚜기 한 마리가 숨어 살고 있는데 주변에는 메뚜기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는 개구리, 사마귀, 거미들이 있어 늘 겁을 먹고 살고 있었다. 메뚜기는 이렇게 겁먹고 사는 것이 몹시 싫어져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단단히 마음먹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으면 작가는 풀과 바위 돌멩이들은 그려놓고 메뚜기 모습을 우리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단단히 마음먹은 것이 대담하게도 커다란 바위 꼭대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늘 풀숲에 숨어서 살다가 이렇게 파격적인 행동을 할 때는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아니나다를까 무서운 뱀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고 사마귀도 달려온다. 

그 순간 메뚜기는 있는 힘을 다해 펄쩍 뛰어 뱀과 사마귀로부터 피하게 되고 날아가는 새는 총알을 맞은 줄 알고 깃털이 모두 빠져버렸다. 메뚜기가 뛰는 힘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새의 털을 다 빠지게 표현했을까? 작가의 상상력도 퍽 재미가 있다. 

구름을 뚫고 높이높이 올라가다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되어 이제는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산넘어 산이라고 아래쪽에서는 입을 크게 벌린 개구리와 물고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대로 떨어졌다가는 개구리밥이 될 신세이다. 그 순간 메뚜기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을까? 그 때 자기 등에 있는 네 장의 날개를 생각했고, 한 번도 써 본 적은 없지만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날갯짓을 해본다.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며 위로 떠올라진다. 나는 모습이 어찌나 서툰지 잠자리와 나비들이 비웃기도 한다. 옆에서 누가 뭐라해도 자기 힘으로 날 수 있으니 정말 기쁘고 즐거워서 메뚜기는 더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바람을 타고서 날아가는 메뚜기는 얼마나 행복할까?

  메뚜기가 신이 나서 푸른 하늘에서 춤 한판을 벌이는 것 같다.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니 뜨거운 사막 같은 황무지를 지나고 있다. 이제 겨우 용기를 갖고 날갯짓을 하고 자기 힘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데 이제 두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면 좋으련만 또다시 황무지를 만나게 되다니 끝없는 시련이 다가온다. 

그래도 이제는 메뚜기는 담담하게 황무지를 지나고 넓은 바다도 거뜬히 날아간다. 이 먼 곳까지 왜 날아가는지 이유라도 있는 걸까? 마지막 장을 보니 짝꿍을 만나서 사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멀고 험난한 길을 온 것이 바로 사랑하는 짝꿍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니 웃음이 나온다. 험난한 길을 다 겪은 메뚜기는 사랑하는 짝꿍과 살면서 갈등이 있어도 지혜롭게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을 것이다. 

  메뚜기로 표현되었지만 바로 내가 메뚜기와 같은 삶 즉, 메뚜기가 풀숲에 숨어살다가 바위 위에 앉을 만큼 용기를 내었다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역경들을 뛰어넘는 용기와 경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발짝 내딛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용기를 갖고 싶은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난주에 일본 도쿄에 있는 고도모노 미라이관(어린이 미래관)에 갔었는데 “뛰어라 메뚜기”가 4절지의 큰 책으로 있어서 반가웠다. 일본에서는 인기있는 책은 출판사에서 큰 책으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김현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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