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고 2학년 정송목 군


시흥5동 금천예술창작소 어울샘에서  10월11일부터 23일까지  ‘어항(魚缸)-가두어서 편안하게 하다’의 주제로 다섯 번째 빈벽프로젝트가 전시됐다. 오가다 보니 얼굴에 랩을 씌운 인물의 등장하는 등 뭔가 심오해 보이는 사진들이 걸려있다.  어울샘의 담당자는 ‘정송목’이라는 사람의 개인전이고 독산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것을 말해줬다. 

누굴까? 고등학생이 자신의 개인전을 여는 것이 심창치 않아보인다. 금천in이 만난 금천인으로 낙점되는 순간이다.

정송목 군은 독산고 2학년이고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직접 만나니 지난 독산고 ‘청솔제’ 축제에 취재차 들었다 사진반 전시회에서 본 얼굴이다.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조근조근 알차게 해주던 학생이었다. 


고등학생 개인전 하다. 계기

독산3동에 청소년 휴카페 ‘꿈꾸는 나무’활동을 하다가 어울샘의 담당자분을 만나게 됐는데  어울샘의 빈벽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전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해줬다. 내가 찍은 사진만으로 꾸미는 개인전을 청소년기에 해본다는 것은 큰 기회인 것 같아서 시도했고  한 달 정도 열심히 준비했다. 

친구들의 반응은 “오~ 그렇게 떠들어 대더니 드디어 했구나.”라는 반응이었다. 부모님들은 사진에 많이 반대했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이 풀린 것 같다. 결과물들이 보이니까 인정해주시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찍은 사진을 잘 보여주지 않았었는데 아버지가 ‘잘했네’라는 칭찬을 해줬다.(웃음). 개인적으로 시리즈로 찍은 것은 처음이라 조언을 많이 구했고 친구들에게도 학교의 답답함에 대해서 여러 의견을 다양하게 물어봤다. 

동아리에 오시는 문예진흥원 작가분들도 많은 부분에서 심도 깊은 조언을 해줬다.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얻었고 만난 것 같아 고맙고 다해이었다.


주제가 ‘어항’인데

가둬놔서 편안하다는 뜻이다. 학교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껴서도 그럴 수 있는데 입시에 갇혀서 나 스스로 고정된 프레임으로만 찍으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학교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 틀을 깨고 싶었다. 

주제를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고 일생생활에서 벗어난 것으로 정하고 준비했다. 얼굴에 랩을 감은 것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이미 둘러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 말을 하고 있으나 뭔가 씌여져 있고, 숨은 쉬고 있으나 공기는 막혀있는 것을 표현했다. 

지금은 학교가 얼굴에 씌여진 랩처럼 다가오는 것 같은 심정이 반영됐다. 주말에 전시장에 나와 있을 때 동년배의 아이들이 사진을 보고 나의 의도를 읽어 줄 때 나름 성공한 전시회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에게 사진은

사진을 전공으로 하고 싶다는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막연하게 꿈꿔오다가 3학년 즈음에 이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그 전에는 친구들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친구들을 찍어주면서 서로 이야기 할수 있었고 다가갈 수 있었다. 

사진의 매력이 ‘순간의 기억’이다. 기억될 만한 것을 미리미리 찍어 놓고 나주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좋다. 

이런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사진부로 이어는데 운좋게 문예진흥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받게 됐다. 동아리 시간마다 문예진흐원에서 활동작가들이 와서 많은 부분을 가르쳐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사진감상의 TIP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작업노트를 잘 봐야 한다. 웬만하면 그냥 보면 잘 모른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작품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가치관이 맞아야 멋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해주는 사진이 나오면 보기 좋다.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

새벽 1~3시경의 완전 어두운 상태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학생이다 어려움이 있었다. 늦은 시간에 촬영장소를 섭외하기도 힘들었고 몰래 들어갔다가 혼나기도 했다. 비누방울에 담배연기를 넣는 것도 있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다행이 모델을 준비하는 친구, 디자이너가 꿈인 친구들을 소개 받아 함께 작업을 했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작업하기 힘든데 다행이다. 금천구의 아이들은 학교 공부에만 목 메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고 활동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금천구가 좋다. 


진로상담이 필요해요

우리 학교 아이들 중 자신의 실제적으로 가진 아이들은 10명도 안되는 것 같다. 대부분이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막연히 좋은 대학을 가려는 것이 많다. 

꿈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말하기 전에 선생님이 물어보지 않는다. 학생이 티를 많이 내야 약간의 조언을 해준다고 해야 할까? 진로 상담도 명목만 있는 것 같다. 금천진로직업체험센터가 있긴 하지만 학생들이 찾아가기도 어색하고 학교가 아니다보니 불편하고 초면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다.

정규수업에 진로체험이 들어갔으면 좋겠고, 양호선생님처럼 진로상담만 해주는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송목 군은 “전시회 오프닝이 시험기간이랑 겹쳐서 친구들이 많이 오지 않아 서운했다는 말을 꼭 넣어달라”는 청소년기의 장난스러운 풋풋함과  ‘열심히 하고 있니 뒤에서 조용히 지켜봐달라’라는 어른스러움이 동시에 당부를 했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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