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호  2014. 11.17~11.30)


금천in이 만난 금천人 : 제1회 옥상텃밭 뽐내기대회 대상  장영신 씨 



지난 10월23일 제1회 금천구 옥상텃밭 뽐내기 대회가 진행됐고, 시흥5동의 장영식(62세)씨는 대상을 차지했다.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한 것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약속을 잡았다.

첫 인사와 함께 잡은 손에는 수십년간 일해온 억센 삶의 흔적이 묻어났다. 전라도 부안 위도 사람인 영식 씨는 시흥동에서 38년을 살아오고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상경해 지금까지 오다보니 산도 아름답고 정으로 엮어진 이들도 금천 땅에 있어 떠나지 않고 있다. 

혼자서 있다보니 모든 것이 빨랐다. 생업에 뛰어드는 것도, 결혼도, 손자도 빨리 봤다.  일찍 한 결혼으로 남들보다 좀더 빠르게 손자도 보고 3대가 한 집에서 지내고 있다.

3층 주택 옥상으로 가는 길은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가지런히 정리된 물건들과 자신이 직접 만든 계단이라고 설명하면서  옥상으로 향했다.



첫 인상은 일반적으로 옥상텃밭을 하는 집들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구석구석에 서 집어들면서 보여준 물건들은 ‘이래서 대상 받을 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식 씨는 섬에서 살다보니 바다와 가깝고 농사는 별로 하지 않아 농사기술을 혼자 스스로 터득했다. 남에 집에서부터 살면서 했던 텃밭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묻어있는 물건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영식씨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야지’하고 만들면 그대로 된다고 한다. 건축일을 하다보니 버리는 자재를 주워다가 만들기도 한다. 

화분에 동그란 틀받침을 놓고 물을 주면 여름 땡볕에 한번만 줘도 되게 만들고  흙은 조개나 뚜껑들로 덮어 수분의 증발을 막았다. 옥탑층의 옥상에서 떨어지는 빗물도 모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음식물재활용도 다른이와 방식이 좀 다르다. 영식씨는 음식물을 볕에 말린 후 이를 빻아서 가루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가 흙과 섞어서 뿌린다. 냄새가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썩히는 것보다 훨씬 덜하고 잠깐 나고 사라진다. 여름 햇볕에는 금방 마른다.”고 설명했다.



텃밭 노하우를 묻자 “재활용을 사용하고 최소한 적게 들이고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이 텃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큼 하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텃밭으로 결국에는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영식씨는 “성격상 직선적이다. 나무와 식물을 키우면서 성격이 많이 온순해진  것 같다. 사람은 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다. 약속을 많이 어기기도 하고.. 그런 모습들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농작물은 말이 없지만 베풀면 베푼만큼 보답을 하고 배신도 없다”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가끔 나무들에게 물어본다. 만족하냐고. 배고팠냐고 물어보면 꼭 답하는 것 같다.(웃음)”라고 덧붙혔다.



텃밭을 일구면 가장 좋은 것이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바로 따서 먹을수 있다는 것을 꼽는다. “올해 블루베리 나무와 방울토마토를 심었는데 아침마다 갈아서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세입자들과도 가지나 상추를 나눠먹고 하면 참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3대가 살면서 텃밭을 하면 가정을 화목하게 지켜주고, 자연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손자들에게 교육도 많이 된다. 자연을 버리고 살수는 없고 흙에서 나오는 것은 안 먹고 살수는 없다.” 고 설명했다.

농사도 기술도 배운 적은 없지만 특유의 뚝심과 손재주로 제1회 옥상텃밭뽐내기 대회의 초대 대상 수장자, 장영식 씨의 많은 노하우들이 금천구 곳곳에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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