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호  2014. 10.27~11.16)

다른 지자체들을 보면 세월호 현수막의 거취 및 철거 여부에 대한 갈등이 많은 것 같다. 현수막이 불법이라는 사람에서부터,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때로는 법률보다 인지상정이라는 인의와 감정에 기대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호 거리 현수막이 정말 불법일까? 게시되고 있는 지자체의 단체장들은 불법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게시에 대한 철거 여부가 온전하게 단체장의 권한이자 권리일까? 


철거에 대해서 나는 이것은 국가의 권한도, 단체장의 권한도 아니라 온전하게 게시한 시민만이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민주주의 국가 성립의 전제는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자연법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즉 재산권과 생존권, 행복추구권,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등으로 대변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합의를 기반으로 근대 민주주의 국가는 설립되었다. 바로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지키기 위하여 인간에 대한 기본권은 누구에게도 침해 받을 수 없는 천부인권이 부여된 것이다. 인간이 생물학적 존재이기에 생명을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듯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한 사회에서의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도 양도될 수 없는 것이다. 그 존엄이 전제가 된 것이 근대 민주주의 국가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이를 의사표현의 자유로 구체화하여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는 누구에게 허가를 받거나 검열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현수막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대통령령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고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8조 4를 근거로 적용배제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조 표시•설치 기간이 30일 이내인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허가•신고에 관한 제3조 및 금지•제한 등에 관한 제4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8조의 4 -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또한 이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여 세월호 현수막이 정치적 집회나 행사 등을 내세우는 주장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또는 이미 30일이 지났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법 2조2를 보면 이 법률의 설립취지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바로 “이 법을 적용할 때에는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 및 그 밖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라고 말이다. 여기서 우린 동법 8조 이전의 조항인 2조2 조항의 취지와 함께 국민의 정치활동과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다 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현수막은 법으로 보호가 된다. 그렇다면 국민의 정치활동은 정당을 통해서만이 가능한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주체인 시민의 현수막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불법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의 조항이 하는 말은 결국 옥외 광고물의 경우에도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와 그 밖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호를 해야 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일정부분 각각의 가치가 충돌하는 즉 다툼의 여지가 있다. 당연히 의사표현의 자유를 포함하여 행복추구의 자유, 재산권행사에 대한 자유 등등의 여타의 다른 가치와 충돌 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예를 들면 타인의 존엄과 권리를 침해할 때는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현수막을 크게 제작하여 타인의 가게를 가려 영업행위를 현격하게 방해했을 경우, 또는 타인의 이익을 현격하게 침해했을 경우, 또는 공적인 자산(가로수나 가로등 등)을 현격하게 훼손될 수 있을 경우들에는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당연히 옳다. 그리고 공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가 그 제한에 대한 여부를 일정 정도 판단하고 공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세월호 현수막은 그렇지 않다. 우선 크기에서도 세월호 현수막이 교통을 방해하거나,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공적 자산의 가치를 현격하게 훼손하거나 하지 않는다. 또한 현저하게 훼손되어 있어 공적 공간의 미관을 현격하게 해치지 않으며, 그 내용 또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인종차별적인 범죄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법이 공정하게 평가할지는 둘째치고 그리고 법률적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만 단체장의 의지로 세월호 현수막을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은 민주국가의 근간이자 생명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나간다면 단체장에게도 철수할 명분도 권한도 없는 것이다. 이는 거치한 시민의 사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오직 거치한 시민들이 합의를 하거나 직접 철수할 수만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면 누군가는 반대되는 표현도 할 수 있지 않냐고 말이다. 그래서 현수막이 이곳 저곳에 남발하고 시끄러워지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보장되면 그만이다. 왜냐하면 결국 그것은 공적인 공간에서의 도덕적 명분의 우위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다수 대중의 평가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즉 누가 공공선을 위한 더 큰 가치를 주장하고 누가 더 부끄러운 주장을 하는 것인지 공적인 공간에서 다수 대중에 의해 판가름 나게 될 것이며, 부끄러운 자들은 자진 철수 할 것 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행위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공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인 공간에 대한 모든 점유 행위가 공적 공간을 무단으로 점유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정치라는 것은 공적인 공간에서 각각이 자신의 정체성들을 현시하는 과정에서 더 큰 공적인 가치가 발현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며 또한 그 합의에 따라 정치적 정당성이 비로소 획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누리는 무한한 자유를 포기하고 대리인에게 일정 정도의 권한를 부여한 이유는 인간으로서의 재산과 생명과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약속 때문인 것이다. 그 약속이 헌법으로 구체화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일정의 권한을 부여 받은 공직자가 나서서 인간의 권리를 지켜주고 신장시키기는커녕 마치 공적 공간에 대한 무한 권리를 부여 받은 양 부여 받은 정치적 권한을 통치적 권리로 착각해서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공직자의 임무는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데 있다. 인간에게 생물학적 생명이 중요하듯이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정치적 생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한 사회가 공무원들에게 공적 자금을 투여하고 한 사회의 명예와 영광을 부여하는 이유는 시민들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시민들의 권리과 민주주의를 책임지라고 부여하는 것일 것이다. 정치적 의사표현이 죽은 사회는 이미 사회가 아니라 집단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가 아닌 곳에서 부여 받을 명예와 영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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