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호  2014. 10.27~11.16)

(85호  2014. 10.27~11.16)

퇴직을 앞 둔 금천구청 박 팀장은 “젊은 시절 동창회비를 낼 수 없어 동창회도 나가지 못하고, 친구를 만나도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되느냐며 밥값 내지 말라는 동정어린 얘기를 들어가며 공무원 생활을 해왔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결혼 전 너무 월급이 적어 처가에서 결혼을 반대해 어렵게 결혼했다는 박팀장은 퇴직 후 받는 공무원연금으로 장인어른에게 겨우 승낙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33년 동안 철썩같이 믿고 의지한 국가의 약속이 공무원연금인데, 이제 와서 철밥통, 세금도둑으로 몰고 있는 현실을 보니 내가 믿었던 국가가 악덕기업주였던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000년에 입직한 김 주임은 앞서 다니던 회사에서 170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첫 급여 95만원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당시 인사담당이 “비록 지금은 적은 급여지만 나중에 공무원연금으로 보상을 받으니 열심히 근무하자”는 말에 사표를 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후회스럽다고 한다.

 공무원사회가 반 토막 나는 연금으로 동요하고 있다. 지난해 금천구청 퇴직자는 22명이고 퇴직자 평균 재직년수는 31년이다. 대부분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으로  150~250여만원 정도의 연금을 수령한다. 즉 35년 동안 매달 급여의 7%를 납부하고 250만원 미만의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300만원 이상 연금수령자와 500만원이 넘는 고액 수령자와는 거리가 멀다.

국민연금보다 기여금도 오랫동안 더 많이 내고, 고용보험, 산재보험도 없이 영리활동 제한까지 받는 것을 오직 연금으로 보상받는 공무원연금의 특성은 무시되고 있어 공무원은 억울하다. 단지 국민연금 84만원보다 많으니 공무원연금도 반토막내겠다는 정부의 행태는 그야말로 악덕기업주의 모습이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공무원을 고용하면서 외국보다 싼 임금을 지불하지만, 퇴직 후 연금으로 보상한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 고용에 대해 감수해야할 당연한 책임은 외면하고, 싼 임금에 연금까지 줄인다면 저렴한 노동력으로 국가를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연금은 공무원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재정적자로 인해 연금을 개악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정부가 각종 부담금을 미납하고, IMF 당시 11만명의 공무원을 구조조정하며 퇴직급여를 공무원연기금에서 지출하는 등 현가기준으로 기금 32조를 떼먹어 공무원연금 부실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로 인해 연금개악을 논의해야한다면 월급여 150만원의 하위직의 연금은 높이고, 고위직의 연금은 깍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을 전제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공무원의 공분만 살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가가 공무원연금 개악에 앞서 할 일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을 강화해서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노인빈곤율 1위, 자살율 1위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지급수준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모두 하향평준화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결국 국민의 불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책임있는 자세로 고민하고 오히려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이유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금천구지부 수석부지부장  김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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