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함과 노동의 신성함이 

사라진 사회엔 희망도 없다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 90

대법원의 정문 앞엔 자유 정의 평등이라는 표어가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표현은 돈의 자유, 돈을 위한 정의, 부자들만의 평등인 모양이다. 한마디로 요즘 대법원 판사들이 미쳤다. 정리해고란 터무니없는 제도다. 원래 근대법은 권리는 의무가 병행된다. 만약 권리와 의무가 분절되면 그 관계는 법적 정의가 있을 수 없다. 정리해고란 회사 측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아무 잘 못도 없는 노동자가 해고라는 사회적 살인을 당한다.  


콜트 콜택이라는 기타 만드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공장을 해외로 빼돌리며 정리해고를 했는데 그 이유가 미래의 경영상의 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도 아니고 미래의 경제 위기를 위해 공장을 해외로 돌리는 것인데, 공장이 해외로 간다는 것은 국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고, 국내 세금이 주는 것이다. 개별 자본에게는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노동자에게도 국가에게도 손실을 주는 행위인데 이런 행위를 대한민국 국가가 그것도 대법원이 인정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미래의 위기를 위해 현재를 죽이다니, 어차피 죽을 것 살인을 해도 무죄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정리해고 제도를 저승사자로 만든 것이다. 


그것만 아니다. 쌍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기가 막히다. 쟁점은 정리해고의 근거가 회계조작에 의해, 거짓된 근거로 진행된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법은 법리 판단도 아니고 당시에 SUV 차량의 세계적 규제로 인해 정리해고가 필요했다는 다투지도 않은 사실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패소 판결을 한다. 사기 거짓으로 정리해고를 해도 괜찮다는 정리해고 무한 자유를 선언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YTN에 대한 대법 판결이다. 그들은 외부의 간섭과 낙하산이라는 불의에 맞서 투쟁한 노동조합 활동을 불법이라 했는데 그것이 회사의 절대적인 권한이 경영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경영 인사권이 어떤 법 규정에 의해 절대적인 권리가 됐는지도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노동과 자본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오직 돈으로 사는 판결, 정치가 지배하는 판결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무슨 자유고 정의고 평등이 있겠는가? 서천의 소가 웃을 일이다.  


노동에 대한 돈과 권력의 적대(敵對)화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법원의 이런 난장질에 정부만 신이 났다. "임금도 오르고 또 60살 까지 보장도 받는데 그래서 기업들이 정규직 뽑기를 무서워하고 있다." 아하 그래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는 76세인데 청와대에 있나? 이런 말을 한 최경환은 60세 장관 짓을 하고 있나? 80이 넘은 친일의 딸이 공영방송을 차지하나? 

결국 반칙으로 청와대를 장악한 현 정권의 추세는 노동자들은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가지면 안 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언제든지 고용하고 언제든지 파면을 할 수 있는 불안정한 노동, 자본의 필요에 의해 일회용 도구로만 사용되는 노동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를 가로막은 규제는 단두대에 올리겠다는 대통령이나, 말로만 으스스한 말을 하지 말고 행동으로 단두대를 휘두르라는 조중동이나 노동이 사람임을, 노동자가 사람임을 잊고 있다. 


노동자들은 당연히 상향평준화 되어야 한다. 정리해고 같은 무뢰한 법 자체가 없어지고 3개월 이상 상시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원칙이 분명하게 조명되어야 한다. 좋은 노예제가 없는 것처럼, 좋은 살인이 없는 것처럼, 좋은 정리해고 좋은 비정규직이란 없다. 그런데 자본과 권력은 쉼 없이 노동자들을 하향평준화 시킨다. 더 낮게 더 열악하게 살라고 한다. 그럴수록 부자들의 곳간은 더욱 더 커진다. 정말 이상하지 않는가? 재벌이 늘어난 재산만큼 서민의 부채가 늘었다는 사실이. 정말 이상하지 않는가? 노동자가 죽어야 좋아진다는 세상이. 


엊그제 어느 노조 교육이 끝난 다음 뒤풀이에서 나눈 이야기이다. "우리 회사는 대학생 자녀에게 학자금을 책임진다는 취업규칙이 있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학자금을 지원 받은 사람이 딱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은 바로 사장이다." "왜요?" "자식들이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회사를 다닌 사람이 사장밖에 없으니깐..."


이게 현실이다. 이미 정규직이란 의미를 잃고 있다. 사람들은 현대 자동차 노동조합을 겨냥하여 철밥 통에 고임금 노동귀족이라 한다. 현대차 그룹 직원의 평균 연봉은 8,401만원인데 현대그룹 임원 평균은 13억8,000만원이다. 10대 그룹이 지난해 등기 임원의 연봉을 30% 이상 올렸으면서 일반 직원들의 평균 연봉 인상률은 2%도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임금 격차는 2006년 14배 정도에서 지난해 18배까지 벌어졌다. 2006년 등기 임원의 평균 연봉은 일반 직원 연봉의 14.2배였지만 1년 만에 이 수치는 18.2배로 커졌다. (2008년 현재)  그리고 이 차이는 시간이 갈 수록 커져 대기업 일반직원의 500배가 되었다.(2014년 현재) 도대체 노조는 무엇을 했기에 자기들의 임금은 찔끔, 사장들의 연봉은 대박을 치게 하는가? 결국 대한민국 사회는 노동의 신성함이 파괴된 사회다. 비정규직은 노예노동에 좀비노동이다. 정규직은 밀려나가지 않기 위해 남을 죽이는 사탄 노동이다. 어디에서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신성한 노동이 없다. 그런데도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집권 세력들의 마음은 사탄 중의 사탄이다. 정말 나쁘다.           


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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