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사토루 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논장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요



표지를 보면 얼마나 큰 나무인지 밑둥치는 보이지도 않고 하늘에 떠 있는 나무처럼 아주 큰 나무가 있어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듯 남자 아이와 여러 종류의 새들과 곤충들과 동물들이 이야기 하며 놀고 있는 그림입니다. 이 남자아이는 이렇게 여러 동물들과 나무에서 놀고 싶어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하나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아이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면지에는 아주 길쭉한 나무에 사다리가 나무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있고, 구멍도 있고, 베란다와 오두막도 있고 전망대까지 있어요. 나무 하나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갖고 싶은 아이의 꿈이 들어있나 얼른 책을 펼쳐봤어요. 

  날씨가 아주 화창한 날 가오루는 아주아주 커다랗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 보고 싶어 상상을 해 봅니다. 둘레가 무척 굵어서 가오루 혼자서는 한 아름에 껴안을 수 없어 온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껴안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나무를 상상하며 사다리가 휘청거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 두기까지 합니다. 사다리를 올라가다보면 불쑥 조그맣고 귀여운 방이 하나 나오는데 여기는 가오루의 오두막입니다. 나무 위에 있는 오두막에는 물도 나오고 가스불도 있어서 핫케잌도 구어 먹을 수 있어요. 자칫 잘못해서 핫케이크를 태울 수도 있으니 굴뚝도 있어야 한대요. 세 살짜리 동생을 위해서는 그네처럼 생긴 바구니를 만들어 손잡이만 돌리면 방안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 놓는답니다. 참 기특하고 기발한 생각들이지요.

 또 이 커다란 나무에는 가오루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에요. 조그만 구멍에는 다람쥐 가족이 살고, 어치랑 곤줄박이도 가오루의 나무를 빌려서 집을 짓고 살아요.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가 있으면 흔들릴 수도 있지만 가오루는 사내아이라서 난간을 꼭 잡고 있으면 안심을 한대요. 아주 커다란 나무에서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면서 동생과 새들과 동물들과 자연을 즐기면서 놀 생각을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모두 상상이었어요. 실제로 그런 나무는 없지요. 엄마도 가오루 만한 여자 아이였을 때 그런 상상을 해 봤다고 하고, 아빠도 어렸을 적에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해요. 아빠와 가오루는 생각이 통하자 다음날 아주아주 커다랗게 자라는 돌참나무를 심어요. 지금은 가오루 키만 한 조그만 나무를요.

  이 나무가 자라서 오두막을 지어 핫케잌을 해 먹을 만하고 전망대도 있는 그런 나무로 자라려면 가오루의 손자의 손자가 되어서나 오를 수 있을까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가오루는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있어요. 이제야 가오루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아마도 표지에서는 나무위에서 동물들과 노는 상상을 해 보지만 지금 그런 나무가 없어서 어두운 표정이었다가 이제는 내 키만한 나무이지만 이제는 희망이 생겼기에 밝은 얼굴로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 동네 한 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아래에서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도 하고 나무 위에도 올라가 치기놀이를 하던 그 때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이 책을 읽고 씨앗(염색한 쌀)을 이용해 나무 목걸이를 만들어 봤어요. 아이들은 나무에 가족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춘기 때 꾸중을 들으면 이 나무에 올라 갈 거라고 하기도 하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데 집에서는 못 키우게 하니 이 나무에 가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도 있어요. 

  또 어른들과는 마음속에 있는 나무 그림을 그려봤어요. 아빠가 아파서 뒤꼍에 있는 나무를 조금씩 베어서 다려서 먹었다는 나무이야기, 어렸을 적엔 나무 밑에서 뛰어 놀았는데 이번 여름에는 친정 아빠와 옛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 사랑나무 이야기, 풍성한 나무처럼 되어 아이들이 나를 찾아와 줄 수 있는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 등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김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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