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부유한 집에 태어나 살았던 14세 소녀, 마리아가 쓴 일기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은 30분정도 할애하면 읽어낼 수 있는 짧은 책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한참동안 여운을 남기는데다가 무언가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것은 세기가 달라진 지금 시대에도 형태만 다를 뿐 인권유린을 행하는 사회적 구조가 같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권리를 생각하게 하는 책!  첫 장을 펼치면 ‘나 라서 행복해! 난 너희들과 다르게 태어났어. 난 달라. 그래서 나는 행복해!’ 라는 문장이 나온다. 아무생각 없이 읽고 나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 때문에 나라가 떠들썩한 사건이 오버랩이 된다. 처음부터 부유한 백인집안에 태어났기에 가능했던 마리아의 삶과 조금은 닮아있다.

14살의 마리아는 생일선물로 어린노예와 그 아이에게 사용할 채찍을 선물로 받는다.

순수했던 마리아는 차츰 노예 사용법에 대해 터득해 가고, 노예는 그냥 사고팔 수 있는 소유물인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예쁜 여자노예를 사들여 성노예로 삼는 아빠, 속이 상하지만 묵인한 채 애꿎은 여자노예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는 엄마와 그 노예를 아무 미련 없이 내다 팔아버리는 아빠, 노예시장에 처음가본 마리아는 줄줄이 묶여있는 노예를 보고도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다. 그러면서 마리아의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고, 마리아는 오직 자신의 가슴이 언제 커질지 루카스랑 어떻게 하면 결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뿐이다.

  자기가 속해있는 집단속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어지는 세습적 대물림이다. 자신에게 보여 지는 것으로만 세계를 보는 모순을 끝까지 갖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올바른 시각을 갖기 위한 영혼의 흔들림이나 반항은 또 다른 몰락이 전제되어지기 때문에  꿈도 꾸지 않는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사건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이라니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마리아와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저 시대에 흑인으로 태어났다면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을까? 불가항력적인 것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나 있었을까? 인권이라는 단어가 새삼 존엄하게 느껴진다. 내가 그렇게 느끼면 상대에게도 그렇게 해줘야 마땅한 것이 인권이다. 짧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한국판 인권 유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펴냄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민경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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