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성공익단체역량강화지원사업   “짧은 여행 긴 호흡”

女友들의 幸福한 旅行 - '금천 여성 G'

여우들의 행복한 여행-'금천 여성 G'의 여행은 한국여성재단과 교보생명이 후원하고,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3개 여성단체(살구여성회, 숲지기강지기, 은행나무도서관)의 활동가들이 3박4일 일본으로 쉼 여행을 다녀 온 이야기입니다.   

첫날, 잇다리 깃다리(왔다 갔다)

 일본에서의 첫 날, 온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을 하기로 한 우리는 공항에서 가방을 끌고 전철에서 전철로 옮겨 타며 오사카 ‘난바’로 갔다. ‘가와라마찌역’의 가방 수납장에 가방을 맡기고 교토 ‘핸디크레프트 센터’를 찾아갔다. 낯선 길이라 몇 번씩 길을 물어서 찾아간 곳은 마치 이사를 하는 중이라 비어 있어서 썰렁한 분위기였다. 헛걸음을 다시 돌려, 니시끼시장으로 가서 시장구경을 하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6시에 문을 닫아서 파장 분위기의 시장을 서둘러 볼 수밖에 없었다. 택시까지 동원해서 찾아온 곳을 후루룩 둘러보다가 아쉬운 마음에 <다꼬야끼>를 사먹었는데, 우리 일행 중 누구의 입맛도 끌어당기지 못하는 맛이었다. 

 시장에서 나와서 가방을 찾으러 역으로 갔는데, 가방을 맡겨둔 곳을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해서 엉뚱한 역에 가서 가방을 찾느라고 우왕좌왕 하고서야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낯선 것들로 인한 시행착오를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었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호텔을 찾아가는 길에도 마지막 관문이 놓여있었다. 가방들을 끌고 호텔을 찾아가던 중 높다란 육교가 우리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어찌할 수 없어서 낑낑거리며 육교를 건너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진맥진. 일본에 들어선 이후 호텔에 오기까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야했던 오늘의 주제를 우리는 <잇다리 깃다리(왔다 갔다)>로 정했다. 다행히 호텔에 온천이 딸려 있었는데, 우리나라 온천에 비하면 작은 목욕탕 정도의 규모였지만 야외 온천은 따뜻한 물과 시원한 바람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피로를 푸는데 도움이 되었다.


둘째 날, 일본의 대중교통을 체험하다.

 오늘 주요 일정은 ‘케이분샤 책방’과 도서관인 ‘어린이 미래관’을 보는 것이다. 어제에 이어 우리는 전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철은 우리나라에 비해 폭이 좁았고, 노약자우대석이 우리나라처럼 있었는데, 우리보다 좌석이 더 많았다. 버스와 택시 모두 우리나라의 것에 비해 크기가 작았는데,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운전사가 마이크로 직접 안내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승객이 다 타고 내릴 때까지 재촉하는 법이 없이 느긋이 기다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버스는 내릴 때 요금을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 

 ‘케이분샤 책방’과 ‘어린이 미래관’은 교토에 살고 계시는 동화작가 김황선생님이 안내해 주시기로 사전에 섭외를 하였다. 사진으로 본 선생님보다 훨씬 젊고 밝아서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서점과 공방, 카페 공간이 함께 있는 ‘케이뷴사 책방’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서점들과 작은도서관이 있어서 새롭지는 않았지만 오랜 역사로 인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선생님 덕분에 계획에 없었던 ‘field society’와 ‘조선학교’를 볼 수 있었다. ‘field society’는 생태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자연물을 이용한 조형물들을 전시, 판매도 하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그곳까지 걸어 들어가는 길이 한쪽으로 숲이 조성되어 있는 제법 긴 골목길이었는데, 그 길을 걷는 동안 숲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숲 속에 숨겨져 있는 것 같은 조선학교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남북분단의 흔적을 이곳에서도 확인하는 것 같아서 더욱 가슴 아팠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은각사’였는데, 이끼가 다양하고 잘 관리되어 있었고, 보기 싫은 하수구 구멍 같은 곳은 대나무로 엮은 것으로 가려둔 세심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은각사’를 나와서 ‘어린이 미래관’으로 선생님과 동행했다. 그곳에서 선생님의 싸인이 들어간 동화책과 그림책을 선물 받았고, 우리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준비해간 선물을 전해드렸다. 어린이 미래관은 1층에 아이들을 위한 실내놀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책이 있는 2층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우리나라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다음으로 찾아간 교토 에콜로지는 마감 시간에 할아버지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서 둘러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전철과 버스로 갈아타는 가운데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탐방 이틀만의 성과였다. 일본의 전철이 무척 복잡하다고 하나 이틀 만에 익숙한 도로를 찾아낼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대중교통 탈만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저녁 식사는 한국식으로 돌솥비빔밥과 지짐이, 떡볶이 등을 먹었는데, 일본의 식당에서는 단무지도 추가되는 게 없고, 물도 싸갈 수 없다고 해서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날, 교토(비와호)와 오사카(난바)

 첫 출발은 일본의 국철인 JR을 타는 것이다. 가방을 들고 이동해서 비와호 박물관에 가방을 맡기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비와호는 머리로 그렸던 것보다 컸다. 호수라기보다 바다처럼 보였다. 박물관을 통해 비와호의 생성과정을 보고 조금 걸어서 수생식물공원으로 갔다. 열대 식물들의 이체로운 모습에 감탄하고 햇살에 비친 그 고운 색채와 하늘의 다채로운 구름 그림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식물원에서 맛난 밥을 먹고 걸어서 나오는 길에 느긋한 시간과 높고 푸른 하늘, 따사로운 햇살에 우리 일행 모두는 여행의 감흥에 젖었다. 길거리 즉흥마당으로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한 때를 즐거이 보냈다. 대자연 아래서 허물어지는 경계, 그 어디쯤에 우리가 있었다. 

 두 번째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일본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험으로 ‘아갓다리 사갓다리’(오르락 내리락)를 했지만 이 또한 여행에서 만들어내는 예기치 못한 이야기, 두고두고 끄집어낼 맛난 이야기일거라고 여겼다. 조금 지친 몸을 안고 호텔로 들어와 짐을 풀고 저녁은 영향보충으로 일본의 소고기 ’와규‘를 먹으러 갔다. 눈앞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먹는 화려한 식단은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좋은 음식으로 휠링을 한 우리는 ’밤의 난바‘를 보러갔다. 도심의 거리를 누비며 서울의 도시와 다르지 않는 탁한 공기, 지저분한 거리, 많은 사람, 높은 빌딩의 오사카를 볼 수 있었고, 깨끗한 거리, 맑은 공기, 잘 정리된 수로, 누구를 세워서 물어도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교토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 일행들은 교토의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


 넷째 날,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누군가가 말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까?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3년 뒤에 이런 기회를 또 갖자며, 건강도 챙기고, 언어도 배우고, 여행 경비도 저축하고...... 자꾸 마지막 날이라는 게 아쉬워서 이동하는 동안 내내 다음 여행을 꿈꾼다.

 공항으로 가기 전 도심을 즐기는 시간, 도시 한가운데 몇 개의 건물을 연결해서 만든 ‘난바파크’, 각각의 건물주들이 이런 합의를 해 냈다는데 놀라고, 이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관리해 놓은 것에 또 한 번 놀라고, 산딸나무에서 산딸도 따먹는 행운도 얻어서 더욱 즐거웠다. 

 이번 여행을 즐겁게 해 준 데에는 두 사람의 역할이 컸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준비해 준 김현미선생님과 여행 내내 안내와 숙소와 먹거리 정보, 그리고 일본의 문화와 자연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었던 김혜숙 선생님이 있어서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난바파크에서도 김혜숙선생님은 일본의 거지문화에 대해 맛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숙자를 볼 때면 문득 문득 ‘난바파크’가 기억날 것이다. 


 오랜 시간 단체 활동을 해오면서 이런 호사는 처음이다. 사업비가 아니라 여행경비라니, 활동가들은 늘 자기 경비를 쓰고 활동을 한다. 그런데 여행 경비를 주다니 이런 사치(?)가 어디 있을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풍성한 여행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는 피로를 가중시켰지만 두고두고 퍼 올릴 이야기 자산이다. 

단체 일을 하느라 늘 분주하게 뛰어다녔던 시간들을 조금은 보상받는 느낌이었는데,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난바파크’에서 나와 일본을 대표하는 초밥으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갔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3박 4일 동안의 여행을 되새기는 끝없는 수다가 오고갔다. 

살구여성회 사무국장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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