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금천자립생활센터의 희망보고대회에서 정임희씨가 발표한 내용이다.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서 나의 삶은 평탄하지는 않았다.  어릴 적에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할 때가 많아서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은 적이 많았다.  못 걷는다고 친구들이 죽은 쥐도 갔다가 옆에 놓기도 하고 성냥불을 등에다 지지기도 하여 울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힘들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어디를 가고 싶어도 혼자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버지가 지병으로 아프셨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데려다 줄 사람이 없었다. 엄마는 가장의 역할을 하시면서 초등학교에 전입 할 생각도 ,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지 못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삼육재활원에서 양재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우연히 병원에 갔다가 붙은 허벅지를 수술을 하면 걸을 수 있다는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했지만 생각보다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26살 나이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고, 바쁜 가족들 속에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없어지고 소심해졌다.

그러다 병원에서 원장님 소개로 공부방을 소개받고, 눈이오나 비가오나 공부방이 있는 날은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공부방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하였고 초등학교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은 밖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있으니 함께 가보자는 말을 듣고 금천자립생활센터에 오게 됐다.  금천센터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소개받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말 나같은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설렘도 있었지만 ‘내가 이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금천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조모임이나 동료상담, ILP에서 자립에 대하여 하나씩 알아가게 됐다. 집에만 있을 때는 아무생각 없이 지내왔지만 개별ILP 숙박체험을 하게 되면서 혼자서 자립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됐고 생활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활동보조인과 이곳저곳 동행하여 과제 수행을 하면서 자립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에 필요한 것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센터에서 컴퓨터 교육을 연계해줬고, 컴퓨터도 지인에게 후원받아 기초교육을 배우며 새로움을 느겼다. 

금천센터에서 서포트하는 자조모임이 처음에는 귀찮고 싫었지만 지금은 모임이 기다려지고 설렘으로 다가온다.  금천센터의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학교선생님과 상담을 하던 중에 중학교 과정 학교를 소개해 주셨고 활동보조인과 함께 서류를 준비하여 입학등록을 했다.  배우지 못한 서러움이 나도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변했다.  그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고 뛸 듯이 기뻤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더욱 더 열심히 하여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 하고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책도 많이 읽고 여러 사람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할 것이다.  

자조모임이나 동료상담, ILP를 통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자신을 발전시키도록 도움을 주신 금천센터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격려를 보내주시는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정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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