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참 많이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시간은 스스로 내어야만 생긴다는 사실을 잊고,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삶은 저에게 거기를 찾아갈 만큼의 시간적 여유로움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말로 거기를 다녀 오기를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왜 거기를 가야 하는지,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거기를 찾아 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제 뇌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을 때, 일단 가보자 마음먹고, 마침 함께 길을 나서겠다는 친구와 안산에서 매일 팽목항으로 가는 무료버스를 타고 다섯시간이 걸려 드디어 그 곳을 찾아갔습니다. 

버스는 세월호 가족(유가족.실종자 가족)들이 계신 컨테이너 숙소 앞이 목적지였고, 그 숙소 앞에서 버스에서 내려 저희는 바로 앞에 보이는 팽목항으로 갔습니다. 노란 리본이 붙은 빨간 등대가 저만치 보이고 등대까지 가는 양 옆 난간에는 세월호 진실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현수막과 함께 노란리본들이 알알이 박혀 있었습니다.

수천개의 노란리본들이 바람에 꼬리를 날리고, 바람에 딸랑이는 풍경소리가 어우러져, « 우우우~~~ »하는 애닳픈 소리를 내며 쓸쓸하고 슬픈 세월호 이야기를 전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팻말 시위를 진도 군청 앞에서 하기로 하고, 먼저 세월호 가족분들께 인사드리려고 가족 숙소로 들어 갔습니다. 숙소로 들어서자, 가족분들을 위해 상주하는 자원봉사자분들이 저희를 맞아주시며, 이 곳에서 가족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시며, 그 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분들이 바라는 것은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원하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팻말시위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리고, 대신 잠시 산책을 가셨다는 가족분들을 기다리며 팽목항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팽목항은 가옥들이 거의 없고 많은 섬들로 둘러 쌓인 아주 작은 항이었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가족분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팽목항에서 세월호가 있는 맹골수도는 한시간 반을 배를 타고 가야한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분들에게서 듣게 되었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의 아픔을.

보고픈 아이들을 이야기하실 때는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 않으시려고 밤에 몰래 우신다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치시고, 거의 매일 팽목항 등대에 가셔서 보고싶어도 볼수 없는 자식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다 오신다고,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그나마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그리고, 4.16이 반년이 넘어가고, 해가 바뀌어 가지만 뭐하나 밝혀진 것이 없어서 세월호 가족들이 모여서 수없이 회의를 해도, 가족분들의 입장은  매번 같으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제가 입고 있던 세월호 후드 티셔츠를 보시고는, 당신들은 가슴이 너무 아파서 입지는 못하고 걸어만 두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드 티셔츠에는 팽목등대가 그려져 있는데 그걸보면 진도vts(관제탑..당시 제구실을 안한)가 연상되신다고 하셨습니다. (진도 vts는 팽목등대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에 있습니다)그래도 당신들 대신 세월호를 잊지않기위한 옷을 입어주어서 고맙다며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며 울다 웃다 하다보니, 비가 내리는 팽목항의 밤은 깊어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쉬운 마음을 안고 2014년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오리라는 약속을 하고는 다시 제 삶의 자리로 되돌아 왔습니다. 

반년이 넘었든 일년이 넘어가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세월호의 진실규명 !!! 부모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식이 왜 죽었는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지금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슬픔을 나누는 일이고 그 슬픔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는 것을 저희는 그분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팽목항을 다녀오고, 그분들을 만나고서야 제가 왜 그곳에 가고 싶었는지, 그리고 거기에서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이전에 나는 나와 내 가족의 안전만을 생각했고, 세월호 가족분들과의 만남으로 그 안전은 타인의 안전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안전한 대한민국의 시작은 그 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여러분 기다림의 팽목항으로 함께 갑시다!!!

‘기다림의 팽목항’에는 9명의 잃어버린 찾는 애타는 마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가요!  팽목항 



12월 27일(토)~28일(일) 1박2일  회비 1인당 2만원

7시30분 금천 출발→ 9시 안산셔틀버스출발→ 팽목항

문의 010-7750-2431



기고 윤정수

매 주 목요일 금천구청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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