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플랫슈즈]는 금천구에 살고 있는 몇몇 엄마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아이를 안고 지나가는 엄마들이 어김없이 신고있는 굽낮은 플랫슈즈처럼 내밀하고 섬세한 ‘여성’, 그리고 ‘엄마’의 시각으로 하이힐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갖춘 플랫슈즈와 같은 따뜻한 글들을 만날 수 있는 웹진입니다. http://flatshoes.or.kr



  웹진창간을 앞두고 오래 전부터 계획한 가족유럽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남편들의 출산이야기를 썼을 테지만 이왕 유럽에 나오게 되었으니 특파원처럼 이곳 독일의 출산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독일에서 아는 동생집에 머물렀는데 그 후배가 다니는 뮌스터 복음교회에 현지에서 아이를 낳은 두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서영지씨는 98년에 유럽에 와서 이탈리아에서 지내다 2006년에 독일에 와서 2007년 3월에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가정주부로 지내고 있고 자기를 아주 잘 노는 사람이라고 소개해 주셨다. 김연숙씨는 학생이고 2008년에 독일로 와서 2010년에 아이를 낳았다. 두 분 모두 아이가 한명씩이고 모두 독일 뮌스터(Münster)에서 출산하였다.

# 인터뷰내용은 두분의 이야기를 따로 쓰지 않고 함께 편집하여 적어놓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만 옆에 이름을 ( )로 넣었습니다.



Q. 독일의 산부인과는 어떤가요?

A. 독일의 산부인과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한국에서의 출산경험은 없지만 가족 중에 출산하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요. 독일은 일단 임신과정과 출산까지 한 푼도 들지 않아요. 산부인과는 초기와 말기에는 한 달에 한 번, 중간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게 되죠.

     산부인과에 가면 의사가 직접 산모를 데리러 와요. 산부인과뿐 아니라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사가 사무실에서 직접 나와서 이름을 묻고 방으로 가죠. 그리고 초음파를 하는데 앞에 막을 치지 않아서 의사가 뭘 하는지, 표정이 어떤지 다 볼 수 있죠. 한국에서 많이 하는 3D초음파나 장애검사는 의사가 권장하지 않는 편이예요. 노산이라면 모르죠. 어쨌든 만일 산모가 기본적인 진료 외에 추가로 검사하기를 원하면 따로 비용을 내야 해요. 

하지만 의사가 권해서 하는 경우  라면 의료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해요. 돈이 든다면 엽산을 구입해야 하는 정도죠.


Q. 임신을 했을 때 주위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저(연숙)는 공부를 할 때 임신을 했는데 임신 8개월에 휴학할 때까지 주변 친구들이 제 임신사실을 몰랐어요. 물론 제가 이야기를 안 한 부분도 있지만 아주 친하지 않은 이상 큰 관심은 없어요. 독일 사람들끼리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태몽 얘기도 많이 하는데 여기서는 그런건 없는 것 같아요. 산모에 대한 배려도 특별히 산모를 배려한다기 보다는 장애인이라던가 아이라던가 노인이라던가 사회적인 약자를 전체적으로 배려하다보니 산모도 자연스럽게 배려대상이 되죠. 



Q. 출산과정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출산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옷을 하나도 안 입고 출산하는 방으로 가는 거죠. 정말 아무것도 안 입어요. 출산하는 방에는 수중분만, 그네, 공 등 여러 가지 출산을 돕는 도구들이 있고 산모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자세를 찾죠. 

특히 독일에는 '헤바메(Hebamme)'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으로 말하자면 산파같은 거죠. 산파라고 해서 나이 든 분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젊은 사람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있죠.    

(*사실 독일의 임신,출산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바로 이 ’헤바메‘였다. 헤바메는 독일, 스위스 등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출산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독일은 50여개의 헤바메 교육시설이 있다. 헤바메는 임신기간과 출산, 출산 후까지 연결되어 전체적인 임신,출산과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특히 출산과정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헤바메가 전체과정을 조율한다고 한다. 의사는 헤바메의 지시에 따라 의료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간호사나 의사가 산모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독일에서는 산모 스스로 자세를 찾도록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헤바메가 계속해서 산모를 격려해요. 누구도 산모에게 지시하지 않고 산모가 하는 자세를 지지해 주면서 진통하는 시간들 동안 함께 있어주죠. 저는 언니가 출산 때 찾아왔는데 언니도 생리통이 심해서 결국 옆 침대에 같이    누워있었거든요. 그런 것도 헤바메가 챙겨줬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와 함께 있게 해 준 후에 바로 몸무게와 반응검사, 뇌성마비인지 다운증후군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치료에 들어가죠. 그런 점은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2-3일 후에는  퇴원을 합니다. 

독일사람들은 퇴원하고 나면 바로 외출도 하고 출산 후에 바로 목욕도 하고 그래요. 그런 점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사실 한국사람들이 출산 후에 목욕을 안 한다고 같이 있는 사람들이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죠. 어떤 분은 남편이 독일사람인데 한국인 부인에게 ‘너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냐, 안씻냐’고 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Q. 미혼모나 낙태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A. 독일에서 결혼을 했냐 안 했냐의 여부는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되기도 해요. 결혼을 하지 않고도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희 아이 학교선생님이 아이도 있는데 어느날 청첩장을 보내 준 것을 보고 놀랐죠. 한국에서는 학교선생님이라면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더 조심스러우니까. 유치원에서 같은 반 친구 부모도 나중에 우리 결혼한다고 광고를 하시더라구요. 


Q. 그러면 결혼을 한 부부와 안한 부부에 대한 지원이 좀 다른가요?

A. 네, 다르죠. 결혼을 하지 않은 그러니까 서류상으로는 미혼모인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혜택이 돌아가죠(사실 이 부분이 인터뷰 중 가장 놀란 부분이다. 나는 당연히 결혼한 부부에게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혼모,  유학생부부 등 사회적인 약자에게는 국가뿐 아니라 여러단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저희도 종교단체쪽에서 도움을 받았는데 출산 때까지 돈으로 하면 거의 200만원 가까이 받은 것 같아요. 낙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10주 안에는 결정할 수 있어요. 그 안에 낙태는 합법이죠. 

저희도 처음 산부인과를  갔을 때 의사가 계획임신인지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계획한게 아니라고 했더니 낙태에 대해 물어보더라구요. 물론 아이를 초음파로 보여주고 나서 물어보긴 하죠. 그리고 대부분 아이 출산도 그렇고 키울 때도 돈이 따로 드는 것이 

없으니 낙태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Q. 마지막으로 서영지씨 남편이 지나가시기에 남편의 출산경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출산과정에서 기억나는게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A. 인상깊었던 것은 의사와 간호사가 아니라 헤바메라는 산파였어요. 의사와 간호사가 기계적(?)으로 접근한다면 헤바메는 인격적인 부분을 담당하죠. 출산할 때까지 10-15시간을 산모와 함께 있어주죠. 대단한 것 같아요. 독일의 분만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독일에 오기전에 들었었는데 그 시스템이란게 시설이 아니라 바로 헤바메와 같이 분만과정을 잘 치루도록 도와주는 것인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여행 중에 놀란 것이 있다. 15년 전 일본에 갔을 때 그곳이 한국보다 발전된 사회라고 느꼈는데 이번 유럽여행에서는 이제 거의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한국이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아직 차이가 많이 느껴졌다. 산모와 남편이 기억할만큼 출산의 과정에서 격려와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인상 깊었고 인터뷰 중에 한 분이 헤바메가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었을 때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2008년에 첫째아이를 출산하였는데 기억나는 것은 간호사의 냉랭한 목소리와 출산 후 아내 배 전체에 있던 멍자국이다. 아이가 안 나온다고 배를 주먹으로 밀어서 생긴 자국이다. 비슷한 시설을 가진 두 나라의 출산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하현용  //필자는 독산2동에 살다 지난 12월 제주도 이민을 가 이번 달 초 두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  글은 플랫슈즈에 11월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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