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가졌다는 것

이승무 전 진보당 금천구위원장


인터뷰가 약속된 토요일 밤, 작업 후 나타난 이승무 씨의 얼굴은 용접 불꽃으로 벌겋게 달아올랐고, 눈썹도 군데군데 그을려 있었다. 병원을 가봐야 하지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냥 얼굴 한번 쓸어내리고 웃고 만다. 이승무 씨는 용접공이면서, 얼마 전 헌법재판소가 강제해산한 통합진보당의 금천구위원회 전 위원장이다. 

공교롭게도 12월19일 박근혜정권 2년을 맞는 날 통합진보당은 해산됐다. 헌정사상 유래가 없던 정당해산에 많은 사람들은 당혹감에 빠졌다. 통합진보당의 중앙당과 서울시당 사무실은 폐쇄절차와 회계정산을 하고 있고, 국회의원과 지방비례의원직은 상실됐으며, 통합진보당의 모든 모임은 불법화됐다. 

헌재의 해산결정에 대해 이 전위원장은 “14년동안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으로 이어온 진보정당이 국민의 선택이 아닌 박근혜정부에 의해 강제해산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진 것에 대해 많이 분노했다. OECD가입국이자 GDP 2만달러의 국가에서 정부가 정당을 해산한다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87년 이전으로, 박정희유신 정권으로 돌아간 착찹한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관심법의 헌재 판결문

헌재의 판결문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많다. 판결문에 대해서도 “정당해산이 과거 독일에서 있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시기였음에도 4~5년에 걸쳐 신중하게 결정했다. 자료만 해도 정부요구 17만페이지, 진보당 요구 10만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양인데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졸속으로 처리했다. 이석기 의원의 5월12일 강연회에 참석치 않은 사람도 참석한 것으로 거명하는 등 검증을 거치지 않은 허술한 심사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이 사용한 것이고, 반국가단체로서 북한을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반국가 단체라는 결론인데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말은 미국의 루즈벨트도 이야기했다.”고 밝히며  헌재판결문을 비판했다.


정권에 대한 공포의 확대

이 전위원장은 정권에 대한 공포감의 확대를 가장 우려하면서 “박근혜정부에 ‘반대’라고 말하는 사람과 단체에 대해 공안몰이가 예상되고 있다. 냉전의 구도, 매카시즘이 확대되고 표현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말살되고 있다. 종북이니 빨갱이니 피해의식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최대 적인 권력에 대한 공포감이 확대되고 있다. 그것이 정권이 노리는 것 같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공포정권으로 가고 있다.” 고 진단했다. 


희망을 가졌다는 것

이 전 위원장은 오랜 기간 노동조합활동을 하면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고민했고 당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이 대기업 조합 중심인데다가 영세공장이나 건설현장은 노조로 조직하기가 어렵고 교섭상대도 막연했다. 건설현장에서도 다단계에 하도급까지 되니 누가 사용자로 되어야 하는지 한계도 있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동자가 잘사는 사회, 건설노동자, 영세노동자들이 잘 살수 있는 것이 나의 희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방법이 뭘까? 프랑스에서는 큰 공장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구속력이 금속이면 금속, 금융이면 금융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건설노동자들이 대구에서 협약을 했다면 그것이 전체 건설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런 것은 진보정당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결해야할 문제들

이 전위원장은 “진보당이 해산됐음에도 평화통일의 문제, 양극화의 문제, 경제민주화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금천 주민들이 이런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는데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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