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95.




 친구란 무엇일까?

 슬플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 

서로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 

맛있는 게 있을 때 나눠 먹는 사람.


 친구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선생님 질문에 아이들은 대답을 잘 하지만 미나는 대답을 할 수 가 없다. 전학생인 미나는 아직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를 사귀기는 커녕 반 친구들로부터 지독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싸가지가 없다는 둥,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둥 오해까지 받고 있다. 

미나는 그저 친구를 사귀는 게 두려울 뿐인데… 또 다시 친구와 헤어지는 게 싫고 울고 싶지 않을 뿐인데 그런 마음을 들어 줄 이도 없다. 엄마는 너무 바쁘고 아빠는 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 미나에게 생긴 할머니 친구. 할머니는 친구가 보배인데 왜 친구를 사귀지 않냐고 묻는다.

  "짱가 일당이 저를 괴롭히면 저는 그 애들을 막 밟아 주고 싶을 만큼 미워요. 우리 반 애들은 다 그래요. 왕따 될까 봐 다들 나를 모른 척한다고요. 그딴 친구를 사귈 바에야 혼자 되는 게 나아요. 전학 가면 그만인걸요?"

  " 외로워진다. 외로워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어. 몸이 아파 생기는 병보다 외로움 때문에 생기는 병이 더 깊고 오래 가는 법이다. 너도 이 할미만큼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게다." (p.160)

사람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할머니도 친구가 없기는 미나와 마찬가지다. 여름에도 겨울 모자를 쓰고 다니는 할머니에게 모자 선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할머니를 찾아간 날, 미나는 아파 누워계신 할머니의 벽장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한다. 할머니가 스무살 무렵, 항상 외톨이인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어준 전도사님이 보내준 편지와 그 전도사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한 할머니의 편지다.


진수 선생님게

나 찻지 마새요

나는 보고 십지 안아요.

나보고 비뜰어젓다고 말하며는

전도사님도 그런 줄로 아새요.

편지 쓰지 마새요.

집에 찻아오지두 마새요. 다 미워요.

나는 태어날 떼부터 외토리였어요.


너무나 외롭고 슬픈 마음이 느껴지는 편지에 미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전도사님이 할머니께 말한 것처럼 아무도 태어날 때부터 혼자인 사람은 없다고 할머니를 위로한다. 그렇게 미나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끝내 누구에게 마음을 건네지도 받지도 못했던 할머니에게 같이 남은 생을 보내자고 하는 할아버지를 따라 가시라고 한다. 더 이상 외롭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할머니와 친구와 되면서 미나를 왕따 시키던 짱가와 반 아이들과도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미나를 놀리고 왕따시킨 아이들을 때리는 선생님께 친구들 잘못이 아니라 친구사귀기가 두려워서,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친구들을 무시한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신의 마음을 반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미나는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열두 살, 첫 생리를 하며 아파가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헤어짐. 미나보다 더 고집스럽고 외롭게 살던 할머니가 마음을 열고 할아버지를 따라 떠나버렸다. 그렇지만 미나는 이제 너무 슬프고 아프지 않다. 할머니와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할머니가 행복해지는 길이니까.


열두 살 아이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고 그보다 큰 청소년이나 어른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상처받기 싫어서,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더 이상 사랑하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랑이 본능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상처 받아도 또 누군가에게 덤벼들고 사랑할 사람이 나이기에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잘 몰랐는데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지만 우정을,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애써야 하는 지도 생각하게 된다.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게 싫어서 친구를 사귀기 싫다는 사람에게 누군가는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춤을 추면서 취미를 가져보라고 충고한다. 그러면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게 될 거라고. 하지만 작가는 친구를 사귀기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전도사님의 편지를 빌어  좀 다르게 말한다. 


민들레는 꽃씨가 되어 날아갈 때,

자기를 뿌려 준 민들레에게 돌아가지 않아.

자기 스스로 한 송이 민들레가 되는 거야.

나는 네가 그렇게 용감해졌으면 좋겠어. (p.175)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용감해지기. 가까워지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있는 모두가 되길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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