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디 루드위그 글 패트리스 바톤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 콩나무


<보이지 않는 아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생각나는 책이다. 어떤 담임 선생님을 만날까?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내 짝꿍은 누굴까? 설레는 것들도 많은 3월이지만 한편으로는 친구들 사귀는 문제로 걱정이 앞서는 아이들과 부모들도 많다. 

조용하고 소극적인 딸한테 "너 오늘 학교에 왔었다는 거 선생님이 아시니?" 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그냥 존재감 없이 다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새학년이 되어 내가 아는 애가 있는지 어떤 애랑 같이 다닐지 간을 보는 시기가 바로 3월이다. 친한 애들끼리 그룹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끼고 싶긴한데 끼어도 될지 말지 망설이는 아이도 있다. 딸아이가 요즘 그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아이>에 나오는 브라이언은 목소리 크고 툴툴대는 아이들 틈에서 선생님 눈에 띄지도 않고, 발야구 할 때 친구들한테 뽑히지도 못하고, 생일파티에 초대 받지도 못해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아이다.

  그래도 브라이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안심이 된다. 바로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한다. 보이지 않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혼자서 하는 그림 그리기였을지도 모른다. 브라이언은 그 그림그리기에 재능이 돋보이는 아이다. 그런데 아무도 알아봐주지 못한다. 투명인간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의 재능을 알아봐 준 것이 저스틴이라는 친구다. 저스틴은 전학 온 학생인데 점심으로 불고기를 싸와서 친구들한테 놀림을 당한다. 이때 브라이언은 ‘놀림을 받는 게 더 나쁠까,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쁠까?’ 생각한다. 아마 투명인간인 자신과 놀림을 받는 저스틴과 어쩌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 같다. 

 브라이언은 저스틴에게 쪽지를 보내는 용기를 낸다. 저스틴은 늘 혼자서 그림 그리면서 놀고 있는 브라이언을 발견하게 되고 “정말 잘 그렸다”란 칭찬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흑백이었던 브라이언은 저스틴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점점 칼라로  바뀌게 된다. 바로 ‘관심’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게 한 것이다.

  고학년 아이들과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쁠까? 놀림을 받는 게 더 나쁠까?’ 로 이야기 나눠봤는데 놀림을 받는 것은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니 좋은 것이고, 관심도 못 받는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쁘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또 내가 혹시라도 누군가를 보이지 않는 아이 취급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아이도 있다. 

  브라이언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몸 색깔이 흑백이기도 하고 조금 칼라로 바뀌기도 하고 완전한 칼라로 변하기도 한다. 환전한 칼라로 변했다는 것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친구가 생겼음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면지에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취향대로 로켓을 그려주기도 하고 천사도 그리고 나비도 그려서 다른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나온다. 끝까지 보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얼굴은 본 듯한 아이, 처음 보는 아이, 목소리 큰 아이, 장난꾸러기 아이, 얌전한 아이 등 여러 아이들이 섞여 있는 교실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친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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