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민 글,그림 세움출판.2012



안동안, 그 녀석은 학교에서 전설이다. 신이다. 빵둟기의 신이다.

  빵뚫기가 절대불가능한 요새로 유명한 학교 앞 슈퍼를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하루만에 뚫었다. 이 후로 녀석은 어리고 죄많은 고딩들에게 빵를 주는 자, 빵을 얻고자하는 학생들은 모두 그에게로 간다. 일학년이나 삼학년이나 모두 그를 막냇삼촌이라 부르며 매일 그를 따르고, 빵을 사달라고 조른다. 

학교 선생님들마저도 그에게 매를 대거나 벌을 주기를 어색해하고 무의식중에 존대말을 쓸 정도의 위엄이 녀석에게는 있다.

  그러나 녀석이 학교를 나오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녀석은 신이 아니다. 신은 커녕 범죄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백오십만원도 아니고 백오십원 때문에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멱살을 잡히고 파출소로 끌려간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더 많은 술취한 누나를 업어서 데려다 주건만 원조교재를 하는 치한으로 오해받고, 엄마를 찾으러 노래방에 갔다가 도박꾼 누명을 쓰고 또 경찰서행이다.

  이 모든 것이 다 녀석의 이름처럼 안동안이기 때문이다. 녀석은 아직 민증도 없는 파릇파릇한 열일곱 살,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건만 눈에 띄게 큰 머리와 겉늙어 보이는 얼굴 때문에 신이 되기도 하고 범죄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눈을 가려도 나쁜 사람을 잘 가려내야 할 경찰조차도 그의 말을 잘 믿어주지 않으니 억울한테,  그 녀석의 집에는 녀석의 얼굴을  아주 잘 이용해먹는 삼촌까지  있다. 매일 집 앞 슈퍼로 담배 심부름을 보내고, 이러저러한 부모님이 모르면 좋을 사실들을 미끼로 용돈도 뜯고 별별 심부름을 다 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삼촌이 급기야 자기 대신 선을 보러 가 달라고 부탁을 한다. 성적표 협박에 하는 수 없이 녀석은 선을 보러 가는데 ..

  최근 읽은 책들 중 가장 개성있고 재미있는 책이다.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중고딩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간단하고 이야기는 흥미롭다. 작가가 사용하는 어휘나 말투가 진짜 고등학생이 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벼워보이고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  그러나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안동안의 얼굴만큼이나 진중하고 성숙하다.  

작가 소개를 살짝 보니 89학번도 아니고 89년생이다. 이 청년 작가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 안동안의 얼굴만큼, 아니 그보다 더 속으로 늙은 게 틀림없다.                                      

                                               2015.8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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