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문화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서울시민들에게 금천구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곳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구세(區勢)가 빈약한데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관심을 둘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챙길만한 곳인 ‘가산디지털단지’가 있으나 ‘구로공단’이라는 과거의 그늘이 너무 짙어 이마저도 주(主)가 아닌 부(副)일 뿐이다. 

금천구의 약점은 다양하다. 우선 고등교육의 불모지다. 종합대학은커녕 단과대학이나 전문대학조차 없는데다 전통을 얹어 명성을 이야기할만한 고등학교나 중학교도 없으며, 젊은이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한 경제적, 문화적 요소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그 흔한 종합병원도 없는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메르스(Mers)’ 사태에 이름이 거론되는 거점 병원도 없는 것과 같은, 역설(逆說)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듯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를 말할 때 금천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서울을 앞세우기가 민망하다.

물론, 서울시에는 금천구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못한 자치구조차 없지 않다. 그럼에도 금천의 현실을 두고 마치 차별받는 지역인양 이야기하는 것은 필자가 금천사람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이기적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과장을 보태면서까지 사실을 들추는 것은 문제제기를 하고자 함이고, 그것은 금천의 변화를 구하고자 주민들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금천구의 상대적 낙후는 국가의 제도가 만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곳만의 사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상을 문제 삼는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의 상황인식이다. 현상 개선을 통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려 노력하기보다는 기회가 되면 떠나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그 마을공동체는 희망을 만나기 어렵다.

구청은 이러한 현상의 타개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 그것은 부분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유사한 사정인 다른 자치구는 물론 사정이 나은 자치구에서도 하고 있는 것들로 평가대상이 못 된다. 다시 말하면, 현상극복을 하려면 다른 곳과 차별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른 곳과 차별이 되는 정책의 정의는 의외로 간단하다.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금천의 자원(資源)을 알려주고 그것을 생활로 연결하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이해하는 것은 그 자원의 활용에 흥미를 갖게 하여 가치창출의 동기부여를 하게 된다. 

금천이 보유한 자원은 솔직히 다른 곳과 차별을 둘만한 것이 많지 않다. 대개의 자치구들의 자원 환경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의 측면에서 보면 사정은 다르다. 문화는 그 지역의 역사가 배경이 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들이 일궈낸 삶의 모습들이라 나름의 특색을 가지는데 금천은 그런 면에서는 다른 곳과 차별이 될 수 있는 장구한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고장이다.

금천은 멀리 원 삼국시대부터의 역사 기록을 가진 고장이다. 고구려 때의 행정지명인 ‘잉벌노현(仍伐奴縣)’ 기록에다 현실적 물증(物證)인 신라 산성(山城)인 호암산성이 있고 인근에는 선조들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여러 유적들이 있다. 조선 건국설화에 얽힌 호압사(虎壓寺)와 석구상(石狗像)과 한우물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마을에는 보다 구체적인 삶의 흔적들이 사실이나 기록으로 남아있다. 수령(樹齡) 천년을 말하는 세 그루의 은행나무가 고단한 자세지만 지금껏 주민과 함께 숨 쉬고 있고, 조선 전기의 재상(宰相)인 강희맹(姜希孟)의 농사 행적에다 조선 후기 임금 정조(正祖)의 사부곡(師父曲)의 한 현장인 시흥행궁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근대사와 현대사적 기록들로 흥미를 가지게 한다. 민족 자주(自主)와 민주주의를 조명할 수 있는 ‘시흥민란’, ‘녹동서원’과 ‘단군전(檀君殿)’ 스토리가 있는가 하면, 대한민국의 경제사와 사회상을 살필 수 있는 가리봉 수출(3)공단과 시흥동 계곡(시흥2동)의 서울도심 이주민의 애환(哀歡) 등 현대사이야기거리도 있다. 이러한 역사들은 확실한 가치를 가진 문화소재들이다. 이들을 공연프로그램화하고 문화 콘텐츠(Contents)로 활용한다면 다른 곳과의 차별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찾아보면 이 밖의 다른 영역에서도 지역발전 동력을 구할 수 있는 소재들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주민들이 지역자원에 대한 관심도이다. 당국은 물론 금천의 유력자들은 이점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이곳 특유의 문화자원의 활용은 금천이 앉고 있는 현상극복 계기를 마련하는 강력한 에너지 원(源)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하자는 것, 곧 금천 문화 프로젝트(Project)의 추진 제안이다. 마침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형성을 통한 지역의 발전을 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그를 통한 성공사례들도 보이고 있다. 이런 기회들을 잘 활용하여 우리 마을, 금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함으로 주민들이 금천의 주민임에 자부를 갖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2015.06.25)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하며 있으며 다양한 마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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