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고령 인구(65세 이상)는  61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가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고령화 사회로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란 인구 중 노인의 비중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라의 경제사정 호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긍정적 현상으로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노인 비율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런 사회는 생산성 문제에다 노인복지예산 수요조차 늘어 국가살림에 주름살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이라 당사자인 노인들은 자신의 장수(長壽)가 미안하기조차 하다. 이래저래 고령 사회는 걱정이 많다.

그러나 고령사회는 사회의 선(善) 흐름으로 받아들여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생애의 긴 시간을 가정과 사회에 봉사하며 쌓은 연륜이고 이제 그 뒤 끝에서 보람을 보게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 노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국가의 자랑이지 경계하여야 할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고령사회가 되는 것은 노인들의 책임이 아니지 않는가?

나라의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노인복지제도가 활발하다. 기초생활의 보장은 물론 건강부문도 향상되고 있으며 문화생활의 기회도 넓어지는 등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들을 볼 수 있다. 바람직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 포인트는 한계를 가진다. 여러모로 노인들을 챙기고 있지만 아직도 채워야 할 공간들이 많다. 예를 들면 가족 관련 법령의 경직적 운영으로 열악한 삶에도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사회보장 제도 밖에 있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물질적 지원도 완전하지 않은데다 정서적 어려움에 방치된 노인들도 있는 것이 그런 사례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당국이 알고 있고 개선점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챙겨야 할 사각지역은 여러 부문에 산재한다.  

사각지대라 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까운 곳에서 노인들의 불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경로당 운영행태이다. 경로당은 우리사회가 풍요해 지기 이전부터 있었던 아름다운 사회공동체적한 모습으로, 갈 곳이 마땅하지 않거나 생활 속의 삶이 고단한 노인들이 즐거움이나 위로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긍정성으로 마을 곳곳에 경로당을 열어 노인들의 욕구를 감당하고 있는데 이것이 운영에 문제점을 가진 곳이 많다. 경로당은 그 공간이 위치한 주변의 노인들이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자치구는 살펴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금천구에는 이런 경로당, 즉 주변에 사는 노인들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경로당들이 있고 그런 현상은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는데도 경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은 구청 당국자들도 알고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참으로 딱하다.

경로당은 가고 싶은 노인들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는 아파트 단지와 같은 사적 영역의 곳은 적용하기는 그렇지만 그런 곳도 오는 이웃노인들을 못 오게 하는 야박함은 우리 미풍양속에 어긋난다 할 것이데 하물며 공공시설인 경로당에 가고 싶은 노인들을 못 오게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경로당을 선점한 노인들이 뒤에 오는 노인들을 못 오게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간이 비좁아 사람들이 많으면 모두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으로는 경로당의 설치의미를 살릴 수가 없다.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고 위로와 평안을 구하고자 오는 곳에서 따돌림에 다름 아닌 소외를 맞게 되니 그렇다. 못 오게 하는 선점 노인들을 비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을 그대로 두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우선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헌법취지에 어긋난다. 자유민주주의 공동체에서 지켜야 하는 핵심가치는 형평성이다. 국민들은 사회적 신분에 불구하고 법과 제도 밖에서 차별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가는 이를 챙겨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비정상을 해소하려면 경로당의 수를 늘려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관련된 것을 그대로 두는 것도 문제다, 방법이아 전문가들의 몫이겠지만, 공공 경로당의 경우 순환제로 하면 어떨까 싶다. 즉 시간(오전, 오후)과 요일을 나누어 지역(통, 반)을 할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공공 공간을 활용하여 공급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이는 근본적 해결방안은 아니지만 현재의 비정상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을 때 해결방안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대안은 “나눔”이다. 내 몫을 조금씩 내 놓으면 수혜 대상이 늘게 된다. 발상을 바꾸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해결책을 만날 수 있다. 

차제에 경로당 문화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로당의 이미지는 단순하다. 노인들이 모여서 장기나 바둑을 두고 화투치기로 무료함을 달래는 곳 정도다. 그것이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보다 건강한 곳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유의할 것은, 이런 문화는 현재와 같은 배타적 모습이 있게 하는 원인이 된다. 경로당 붙박이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경로당 이용 노인들은 아침에 가서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수가 많고 결과적으로 특정 소수가 독점함으로 공급 부족현상을 초래한다.

경로당에 노인들을 위한 정서적 신체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운영을 해야 한다. 취미나 건장증진에 더해 일자리면 금상첨화다.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가는 전문가의 몫이다. 다만 첨언을 하면 “나눔”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이면 좋겠다. 나눔은 우리민족의 미풍양속으로 그로써 공동체가 화합한 역사들이 있다. 그리고 노인들을 사회적 약자로 두기 이전에 사회의 원로로서 역할을 주문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노인들은 몸소 나눔 실천 동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신설되는 경로당이 있다고 한다. 이곳은 “나눔”을 볼 수 있는 경로당이기를 기대한다.(♣2015.09.21)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하

고 있으며 다양한 마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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