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시계(市界)를 따라 서울외곽을 잇는, 8개 코스로 명명된 총 연장 152.7Km의 둘레길이 있다. 이 중 7곳은 서울시계를 이루는 산들을 연결하고 있어 등반(登攀)과 산책을 겸할 수 있고 나머지 1개 코스는 안양천을 따라 조성된 평지코스이다. 금천구는 이 중 제5 코스인 관악산 구간(12.7Km)과 제6코스인 안양천 구간(18Km)을 함께 두고 있어 다른 구에 비해 둘레길 접근 환경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관악산 구간을 살펴보면 이런 접근 환경의 장점은 의미를 잃는다. 금천구의 시작점인 석수역에서 접근하는 입구(시흥3동 시흥동 산 4번지, 천록빌라 인근)가 둘레길로 표현하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비탈의 경사가 심해 건장한 사람들도 오르기 힘겨운가 하면 노면도 거칠어 주의를 게을리 하면 낙상사고를 만날 정도다. 

‘둘레길’의 사전적 의미는 “주거 인근이나 명소 등에 설치된 길”이라 한다. 여기서 ‘길’이란  보통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산책로로 이해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금천구의 서울 둘레길 관악산 코스의 입구는 노약자 등의 접근이 어려워 등산로이지 둘레길로 부르기에는 곤란한 곳이다. 서울시의 다른 코스의 둘레길의 사정은 어떨지 다녀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유사한 사정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렇듯 서울시의 둘레길 중에는 그 명칭에 걸맞지 않은 곳들이 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쪼개어 의욕적으로 둘레길을 조성하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증진과 문화생활 향유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함일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러한 사업시행은 긍정적 평가를 둘 수 있다 하지만 금천구 경우와 같은 불완전성이 있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뿐 아니라 오히려 역 평가를 만난다. 안일하고 전시성 정책시행에다 예산 낭비라는 질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은 둘레길 열풍이 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등 대도시는 말할 것 없고 지방의 중소도시는 물론 한적한 섬마을에서조차 마치 경쟁하듯 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일견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대 국민 복지정책의 향상으로 자랑스럽게 볼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은 아니다. 지금껏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지난 정권 때의 사대 강 개발 때 조성된 둘레길 중 효용성 비판이 있는 곳이 많은 것이 그런 사례이다.

둘레길 조성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경제수준에 걸맞게 국민건강 증진과 문화 창달을 위한 당국의 투자는 바람직하고 그런 일환에서 둘레길 조성 사업은 마땅한 곳을 찾아 더 좋은 환경으로 조성하여야 한다. 다만 모든 시행은 그 사업이 취지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시행해야 함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다.

다시 금천구의 둘레길로 눈을 돌려보자. 둘레길 초입의 열악함도 그렇지만 산 중턱에 길게 조성된 길에도 둘레길로 보기에는 구차한 곳이 많다. 가파른 경사를 두고 좁은 오솔길로 이어진 길은 건장한 성인도 추락 위험이 있는가 하면 심한 경사로에다 계단이 부실하여 낙상 위험이 있는 곳도 있다. 이런 사정은 과거 등산객들의 이용으로 생겨난 오솔길을 별다른 개선 없이 둘레길 표지만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12Km가 넘는 구간에 화장실이 한 곳도 없고 악천후를 만났을 때 피할 곳도 없다. 이용자의 한계가 있는 등산로의 경우라도 이런 사정이면 문제가 있는데 하물며 다양한 계층이 이용하는 둘레길이니 참으로 딱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에 반가운 소식을 접한다. 금천구 관내 관악산 둘레길 개선을 위한 예산이  2016년 서울시 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의한 3억원 확보소식이 그것이다. 이 예산으로 얼마나 개선이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열악한 사정이 일부 개선이 될 수 있다는 데 금천구 주민으로서 기대를 가진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의한 것인 만큼 그 시행 담보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당국이 방관하던 것을 주민이 찾아낸 것인 만큼 반드시 시행되기를 주문한다.

차제에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둘레길 조성과 같은 친주민적 사업은 비용이 들더라도 수혜대상이 공동체적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특정계층만을 위하는 결과가 되지 않는, 즉 모든 계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더하여 이러한 사업이 지역 간에 편차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가 시행한 주민편의 사업에서 특정 (기초)자치구가 우대되고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자치구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 서울둘레길에 이런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주민들도 둘레길 조성과 같은 정책시행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준비기간에는 방관하고 있다가 완성이 된 후 이런저런 불평을 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관심을 두게 되면 건설적 시행을 통한 바람직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완공이 되면 이용에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국가가 예산을 들인 시설의 이용도가 빈약하면 시행당국은 위축되어 다른 발전적 정책시행 기대치가 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왕성한 이용은 당국을 고무시켜 더 나은 정책개발을 자극하게 된다.  

서울 둘레길이 모든 계층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둘레길’ 명칭에 걸맞은 환경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노약자나 어린이는 물론 유모차를 미는 젊은 엄마들도 즐겨 찾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환경의 조성은 당국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2015.08.26)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하

고 있으며 다양한 마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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