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생각보다 오래간 책 한 권...그림책은 왜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주는지. 웃기는것 웃기는대로, 심각하고 진지한건 또 그 나름의 매럭이 있다. 오래전부터 함께 공부한 사람이 중국으로 이사를 갔는데 얼마전 카톡으로 <마지막 거인>을 소개했다. 아이들과 함께 봤는데 성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아직도 이 책 이야기를 한다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찾는데 분명 아무도 빌려가지 않았다는데 책이 없었다. 몇 번을 뒤진 끝에 큰 책들 사이 안쪽에 박힌 듯 한 권의 책이 손에 들어왔다. 그 작은 책이 <마지막 거인>이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지리학자인 아치볼트가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한 늙은 선원에 게서 거인의 이를 사게 된 그는 거인들이 살고 있다고 추정되는 곳으로 탐험을 떠난다.

어려움끝에 혼자 살이남은 그는 드디어 거인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아홉 명의 남녀 거인으로 피부가 마치 이야기를 하듯 만물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피부에는 문신과 같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에는 그들이 생각하거나 사랑하거나 하는것들이 담겨있다.아치볼트가 그들과 함께 지내며 친구가 되자 아름다운 거인 안탈라의 등에는 아치볼트의 모습이 저절로 새겨진다. 이들이 하늘의 별을 향해 부르는 노래는 정말 아름다워서 천상의 음악과 같았다.

하지만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온 아치볼트는 거인들을 세상에 알렸고 다시 거인의 거취를 찾아들어간 그가 본 것은 아름다운 거인 안탈라의 잘린 머리였다.

아치볼트는 모든걸 버리고 거인들과의 우정을 배신했다는 자책에 세상을 떠돌게 된다.  몇 번을 계속해서 읽고 그림을 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정말 작은 크기라 자세히 보려면 오래 걸린다. 책이 수줍은 듯 숨어있는듯 보인다. 글이 좋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림이 없이는 그 느낌이 살질 않는다. 특히 거인들을 묘사한 그림들은 정말 아름다워서 지독한 근시인 난 안경을 벗어놓고 천천히 보고 또 보게 된다. 모든 것을 피부에 담고 사는 거인들, 별을 향한 그 노래의 울림이 아름답고, 무엇보다 낯선 작은 사람을 잘 보살피고 친구가 되는, 그래서 헤어질때에도 그 큰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거인들...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고 난 결과는 아름다운 거인의 잘린 목  그것이다. 


사람처럼 어리석은 것들이 또 있을까. 사람만큼 이기적인 것들이 또 있을까

거인이 '자연'을 뜻한다는 단순한 분석도 일리가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배신한 것이 어디 자연 뿐이겠는가. 사람답게 사는것, 남을 배려하는 것,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것, 그리고 진정한 노래를 부르는것...거인들의 행동은 모두 인간이 잃은 그 무엇인 것이다.

휴~~왜 이리 이 책이 마음에 걸리는지, 여운이 이토록 오래 가는지 그래, 모르지 않는다. 난 알고 있다. 나도 거인을 배신하고 있음이 틀림없는 것이다.

                                2015.9-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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