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세월호로 알게된 분이 저에게 물었어요. 리본 공작소로 나오기 전에는 뭐하셨어요? 저요? 설거지하다가 나왔어요.

흔히 세월호 이 전과 이 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 건지는 잘 몰랐습니다. 전 결혼하고 집에서 설거지하면서, 내 가족이 잘먹고 별탈없이 지내면 잘사는 줄로만 알고 살던 주부였어요.

사회에 참여해 본 일은 광우병사태 때 한번 나가보고, 가톨릭신자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미사에 몇번 나가 보긴 했지만, 사회 참여라는 것이 저에게는 그 정도까지여서, 국정원 댓글조작사건 때도 마음으로는 '저것은 아닌데...'하면서도 현장으로 나올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세월호사건이 나고 배가 침몰되는 것을 동영상으로 지켜보면서, 또, 한 명도 구조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충격에 빠졌고, 세월호 참사 2-3개월이 지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더욱놀랐어요.(이때 즈음, 저는 내가족의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로도 나와 내 가족이 아프고 힘들수 있구나, 내 일상이 뒤엎어질 수 있구나 하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타인의 일이라는 것이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알게되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수학여행가서 잘 놀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부모님들의 하늘이 무너졌을 것 같은 그 심정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면서, 뭐라도 내가 할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생활협동조합에서 서명전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일을 하게 되면서, 동네촛불모임도 알게되어 촛불을 들게 되었고,  광화문 문화제에 나가면서 공작소를 알게되어 리본도 만들게 되었어요. 

나와보니 리멤버0416,엄마의 노란손수건과 같은 분들이 이미 4.16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 계시더군요. 그들 대부분은 집에서 살림하다 나온 분들이셨지요. 그분들을 보면서, 전 이렇게 아줌마들이 대거 장시간 행동하는 것을 처음 봤어요.

그런데도 300일이 다 되어가도 뭐하나 달라지는 것이 없는걸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달라져야 할 것들이 많은것 같아요.(제 이야기만썼어요)


이렇게 300일에서 500일을 맞이한 저는 요즘 외출할때 ((잊지말자 0416))이라고 새겨진 노란팔찌를 자주 잊어버리는 저를 발견하면서 지난 해 5월에 처음팔찌를 차면서 했던 다짐(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외출할때는 꼭 차고다니자)을 다시 떠올리며,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란 문구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윤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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