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소설> 신현식




 러시안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 설계되어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강신효는 별다른 능력도 없고, 사람과 대할 때 필사적이게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소설가였고, 영화는 그의 소설적 감성을 마치 소설처럼 얘기하는 독특한 전개 방식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강신효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낭만주의와 주변에 대한 묘사, 끝으로는 허무맹랑한 사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무능력한 소설가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을 표현한 영화 역시 조금은 무능력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작품 초기부터 끝까지 거론되던 '흥미'라는 골치 아픈 문제거리는 영화에서도 빠짐없이 드러난다. 작품에서 흥미란 얼마나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는 걸까? 영화는 전반부에 내놓았던 소설스런 분위기 모두를 깨부수며 상업적이면서도 독특한 반전을 펼쳤다. 하지만 우리는 흥미란 무엇인지 곰곰히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과도하게 집착하는 그 흥미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조차 흩으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안 룰렛은 소설을 표현하려 했지만 사실 나는 대본을 드러내놓은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그것에 어떤 이야기를 담든 작가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좀더 많은 사람의 생각이 함유되고, 그것은 독단적인 감성보다는 좀더 다채로운 감성을 표현한다. 영화에서는 감각적인 문장들이 쭈루륵 늘어지면서 우리의 눈을 현혹시켰지만, 한 사람이 쓰는 글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개인의 감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인 강신효는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낭만적인 삶을 보냈고, 격동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이야기를 소설에, 그리고 영화에 담았다. 우리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책처럼 펼쳐볼 수도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 내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영화는 영화스럽게 좀더 과장되겠지만, 이야기란 겨우 그런 단조로운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


광명공업고등학교

2학년 김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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