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부정과 비리,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현역 금천구 구의회 부의장이 알선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이 되었다 한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으로 아직 범죄자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현역 구의회 부의장이라는 신분에도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사무실과 집에 대한 압수 수색까지 당한 것을 보면 그 혐의는 매우 짙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구민의 입장에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실망감도 크다. 며칠 전에는 전직 합참의장이 재직 중 뇌물 수수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또 현역 국회의원 2인이 역시 뇌물수수죄가 확정이 되어 의원직을 박탈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직자에 의한 부정 비리 뉴스는 날이 새기가 무섭게 들리니 가히 공직자 부정비리 공화국 소리를 들을 만도하다.


공직자의 부정과 비리는 우리 사회에서 아주 흔한 범죄유형인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우선 공직자로 나선 사람들의 품성과 자질문제로 지적할 수 있겠지만 모두를 그렇게 볼 수는 없다. 게 중에는 선한 품성과 존경할만한 자질을 갖춘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누가 이런 이들조차 범죄자의 길로 들게 하였을까? 그 답은 우리 사회의 구조에서 찾을 수가 있다. 쉽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물질 만능 풍조에 매몰된 지 오래 되었다. 정말 조심해서 해야 할 말 이지만 이 땅의 권력자와 가진 자들의 도덕성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할만한 수가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은 필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그들 중 상당수의 권력과 부(富)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신성한 땀으로 이룬 결실이기보다는 위선과 기만 등 부정적인 행위로 인한 것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슬픈 것은 이 땅의 상당수의 재산가들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는  그것을 무기로 온갖 부정적 가치를 만듦으로 오늘과 같은 가치 혼돈의 사회가 되게 하였다는 점이다. 그들로 인해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고 정치판조차 난장판이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더욱이 이들의 부는 세습되면서 부모 자식 간, 형제자매 간의 볼썽사나운 재산 싸움까지 벌이고 있어 우리 사회의 선량한 풍속조차 해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여러 경로들을 통해 설득력을 가진다. 그전에도 종종 있었고 최근에도 이른바 특정 재벌의 형제간 재산싸움이 빅-뉴스가 되었듯이 그들의 부정적인 면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오래 전 부터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의 경우 그 자손들에 의한 재산싸움은 대를 이어 3세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들의 가치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과 같이, 이 땅의 재벌들 중에 과연 온전한 이가 있는지 궁금한 것은 필자만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함께 가진 의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부자가 되는 것은 선(善)이고 가난 한 것은 악(惡)으로 정의되고, “부자가 되라”는 말은 덕담(德談)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세론(世論)은 사람에 따라 공감도가 다를 수도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렇듯 우리 사회는 부(富)는 평가를 하면서 가난은 아름답게 보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보통사람(?)들은 어떠한가. 부자들의 돈벌이를 추잡한 작태(作態)라고 질타할 만큼 도덕적인가는 함께 생각해볼 과제다. 다시 말하면 양식(良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오늘의 우리 사회의 가치는 무엇이고, 나는 어떠한가를 자문(自問)해 보자는 것이다.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이기는 것”이 곧 선(善)인 것이 오늘의 사회 가치이고 그러한 흐름에 자신이 합류하고 있지 않는가? 내 자식은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세금은 안 내거나 숨겨서 적게 내는 것이 지혜이고, 이익이 된다면 상대가 누구이고 어떤 일이든 상관 않는가 하면, 도움이 안 되거나 손해가 된다면 그 대상이 무엇이고 누구이든 외면하는 것이 오늘 내 모습이 아닌가를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불의(不義)한데다 무능하기까지 한 정치 지도자들에 의한 통치로 인해 형성된 구조, 즉 비민주적이고 불합리가 만연한 사회구조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상기에 이르도록 그것을 자기 가치영역에서 씻어내지 못한다면 스스로 양식을 가진 자의 대열에서 비켜서야 한다. 과거의 기조, 곧 잘못된 가치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되면서 과거와 같은 무지막지한 비리나 부정은 사라지고 있지만 공직자 특히 국회의원이나 시·구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과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민선 공직자는 그들을 선택하는 국민의 수가 많아야 자리를 얻고 또 연속하여 유지할 수 있는 데도 왜 표를 깍는 행위를 할까? 이유는 간명하다. 그들은 투표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자기 어필을 최고 가치로 삼고는 그것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국민들은 이런 자를 분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권력이 있는 곳에 이권이 있게 마련이고 이를 구하려 국민들은 공직자를 유혹하고, 공직자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거래라 판단되면 마다하지 않음으로 마침내 부정과 비리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의 선출직 공직자와 관련된 생태계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번 금천구의회 부의장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바람이 놔두지 않는다.”는, 역사에서 보았던 세태(世態)의 한 단면처럼 그도 여러 유혹을 받았을 것이고, 또한 그 유혹들은 보안이 된다는 자기 판단으로 그런 행위를 했을지 모른다. 그를 이해하자거나 변명해주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그를 선출한 주민이라면 공직자의 선출에 임함에 가졌던 자기의 가치를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고자 함이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생태계는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데 생각을 깊이 해야 한다. 위생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고, 생각이 건전하다면 불건전한 자들을 만날 일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주민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곧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선거에 임할 것을 당부한다.(♣2015.12.24.)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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