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 118

개성공단


2월 7일 북한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모든 정세가 변했다. 사드배치 실무협의 발표(7일), 개성공단 전면중단(10일), “미국 전략자산의 6개 핵심전력인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F-22 스텔스 전투기, 해상사전배치선단(MPSS)의 지속적 투입”, “북한붕괴, 흡수통일” 공개 발언(16일), 중국 관영언론(환구시보)의 “한국과 미국이 38선을 넘어 북침하면 중국도 관여할 것”이라는 논평 등 한국전쟁 당사자들 간 전쟁의 냄새가 담긴 말과 행동이 충돌하고 있다. 나치의 괴뵐스가 울고 갈 수준의 한국 언론들은 일제히 모든 책임을 북에 돌린다. 북한의 수소폭탄과 우주 로켓이 국제질서를 어지러뜨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유심히 과정을 살펴보면 한반도의 전쟁 먹구름의 진원지는 북한의 우주로켓발사가 아니다. 진정한 위기의 시작은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였다. 


2월 7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결정하지 못했다. 같은 날 한민구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 보고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개성공단 폐쇄 문제를 들은 바 없다”고 확인했다.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동안 남측이 열 배가 넘는 이익을 남긴 장사다. 유엔안보리대북제재위원회가 단 한 번도 개성공단을 제재대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게다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남과 북의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공간이요, 최후의 소통의 공간이 개성공단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실제로 폐쇄된 것은 북의 수소탄이나 우주선 발사가 아니라 박근혜와 오바마 아제 3자간의 긴급 통화를 한 후라고 언론은 전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에는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일 총리와 연이어 통화했다. 그런 뒤 나온 게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었다.”(중앙일보 2월 11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때문에’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게 아니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있었던 미일 정상과의 통화 때문에’ 개성공단은 전면 중단된 거로 보인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의 중단은 북이 원인이 아니라 미국의 어떤 이익을 위해 설정된 조치다.


개성공단의 중단과 더불어 박근혜정권이 동시적으로 추진한 것은 사드의 남한 배치다. 이 과정을 통일 전문가들은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고 한다. 반면에 미국은 어떤 이익을 보았을까? 미국은 사드배치를 통해 경영난에 빠진 로키드마틴 등 군수기업의 숨통을 틔운다. 경제적 실익이다. 사드 배치를 통해 중국의 전략적 균형의 체계를 감시하고 방해할 수 있다. 군사 전략상 대 중국 전선에 최대 쾌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 등을 미국이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을 포함한, 유례없이 강력한 독자제재 법안을 유례없는 속도로 통과시켰다는데 그 결정적인 장애물이 개성공단이었다. 그래서 분단 전쟁이 아니라 평화 통일을 추진한 전 정부들이 개성공단을 남북 공유로 만들고 민족내부거래로 본 것이다. 미국의 일방의 결정이 자칫 한반도 평화는커녕 동북아의 안정을 파괴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숨통을 넘어 동북아 평화의 거대한 안전핀이 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개성공단을 눈엣가시로 봐왔고 차제에 가시를 빼버린 꼴이다. 


그래서 북한은 이 번 조치를 "이번의 도발적 조치는 북남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 선언이고 력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이다." 라고 한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끝장 결의"를 추진한다는 구실 아래 아무런 실익도 없이 너무나 중요한 우리의 자산을 "끝장"내 버렸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통해 남북공영의 현실적 실험장을 "끝장"내버렸고, 오직 3면 바다만으로 오늘을 이룬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회의 창으로 삼은 남북경제공동체와 '북방경제'의 꿈을 "끝장"냈으며, 개성공단 덕분에 지난 10여 년 간 일체의 교전이 멈춘 서부전선의 군사적 안정을 "끝장"냈다.(한겨레 이종석 칼럼)


작금의 동북아 평화의 파괴는 북한의 탓이 아니다. 크게 보면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에 남북한 새우등이 터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결국 안전의 파괴의 진원은 개성공단의 중단과 함께 밀려온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에 있다. 알려지기로 사드의 중요부품인 엑스밴드 레이더는 그 탐지범위가 2천 킬로미터라고 한다. 이 탐지 영역 안에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이 미국, 일본과 전략적 군사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축적한 각종 미사일들이 고스란히 놓여있다. “그러니 중국의 미사일의 배치와 운영은 물론 시험 발사되는 미사일의 궤적 등을 미국은 빠짐없이 차곡차곡 기록, 분석하게 된다. 그 모든 작전의 궁극 목표는 중국 미사일에 대한 실질적 요격능력이다. 미국이 그런 능력을 착실히 쌓아 나가는 자체가 동북아 전략적 균형의 붕괴이며, 그런 능력의 발전은 중국의 국가적 재난이다.” (통일뉴스)


반면에 미국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를 통해 우크라이나라는 쐐기로 러시아와 유럽을 화해가 아니라 긴장으로 내몰았다. 유라시아 경제권의 발달은 미국 지배의 약화이자 소외로 보는 미국은 대 중국 포위를 통해 전략적 방해를 하고 있고, 사드배치를 통한 소동은 결국 박근혜 정권이 동아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자처한 꼴이다. 동아시아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교류 및 통합을 가로막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굴복한 것이다. 이것이 개성공단과 사드배치 사태의 본질이다. 북이 남은 미국의 식미지란 조롱이 터져 나온 이유다. 결국 개성공단의 전면중단은 평화와 통일을 향한 국제적 균형을 깨고, 경제발전의 길을 스스로 폐쇄한 짓이다. 평화 통일이 멸공 북진통일로의 퇴행된 것이다. 전쟁과 분단에서 이익을 찾는 세력이 집권한 결과다. 하지만 평화보다 중요한 안보란 없다. 그러니 개성공단의 슬픈 운명이 지금 우리들의 운명이다. 우리가 평화와 통일의 이성을 찾지 못한다면 말이다. (한국 몰래 북과 평화협정 협상을 미국에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 놈 믿지 말라는 말이 생각난다. 남한의 종미주의가 너무 심하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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