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답사기-첫번째

초등학교 때 소풍 가던 길에 만났던, 오물 흐르던 안양천(한내),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헤엄치고 어죽 끓여 먹었다던 그곳. 지금 아이들에게 안양천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리고 여러분에게 안양천은 무엇인가? 모르겠다면 우리 동네 물줄기를 찾아가 안양천을 바라보자.  금천구청역(시흥역)이나 독산역을 통하면 바로 접근하기 좋다. 이곳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걷기운동 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잘 정리된 길을 걷다보면 덤으로 철마다 달라지는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철새들도 계절을 달리해서 날아든다.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이 거기, 바로 안양천, 한내이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 와 부풀은 내 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네가 있고 내가 있네."

이런 가사가 생각나는 곳이다. 금천에 사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첫째, 안양천을 드나들면서 이곳을 즐기고 있는 사람. 둘째는 “와,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어?” 하면서 놀랄 만한데 아직도 가 볼 생각이 없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세금 제대로 내는 분들은 필히 이곳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꽃구경도 하시라(게다가 나처럼 자전거가 없는 사람을 위해 무료대여소도 있다니!).

얼마 전부터 분수 나오는 광장에 파라솔과 발 담그고 쉴 수 있는 터도 생겼다. 안양천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소리다. 정말이지 더 놀라운 것은 산란철이 되면 잉어가 떼로 나타나는 장관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입맛을 다시는 낚시꾼들이 금천교, 시흥대교를 내다보기도 하는 것을 쉽게 본다.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옆 지기도 5월엔 “안양천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에 두 번이나 찾아갔다.

그럴 때마다 자기보다 더 입맛 다시는 동네 아저씨들을 목격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줬다. 얼마 전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소풍을 가서 보니 손톱 끝만 한 치어들이 뜰채에 수없이 걸려들었다. 벌써 알에서 나온 어린 물고기와 산란을 마치고 죽은 게, 잠자리수채, 하루살이유충, 깔따구 유충, 날도래, 실지렁이가 아이들 손에 잡혀왔다. 아이들은 뭔가 살아있는 생명이 안양천에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한지 소리를 지른다.

샌들을 신었으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아이를 말리는 사이 슬금슬금 아이들이 양말과 신발을 벗고 벌써 물로 들어가 버렸다. 똥냄새보다 지독한 악취와 새까만 기름이 돌던 예전의 안양천을 봐왔던 나는 아직도 이곳이 위험한 곳(?)이다.

그러나 난 안양천이 좀 유감이다. 맘껏 놀 수 있었던 그 시절, 나에게서  물놀이의 권리를 빼앗았으니 다시 돌려준다 해도 난 좀 손해 본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더 자주 안양천을 누려야겠다.

안양천을 빨래 하고 물놀이 하고 물고기 잡던 곳으로 기억하던 동네 어르신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고 뭐라 하실까. 자연 친화형으로 하천 주변을 정비한다는데 그 어른들의 기억 속 그 안양천으로 복원될 수 있을까. 기왕이면 그렇게 되면 좋겠다. 어린 시절 이곳을 지났던 물이 깨끗해져서 돌아왔듯이 안양천이 온전한 자연 모습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순환이 곧 모든 생명을 낳듯이.

안양천이 나와 함께 살고 있으니 그 생명이 더없이 귀하다.

김유선
산아래문화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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