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답사- 네번째이야기

금천엔 사람 많고 골목 많은 곳마다 작은 시장이 생긴다. 현재 금천구에서 잘나가는 현대시장도 예전에 번화한 골목이었다.  친구네 집 대문이 노점이 되더니 이제는 번듯한 상가로 변한 곳도 거기 있다.
시장은 사람 따라가는 게 분명하다. 예전에 큰 시장이었던 곳이 오히려 사람이 줄면서 쇠하기도 한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작은 형님이나 고교동창들은 어쩌다 만나면 걸레만두를 먹으러 대명시장에 갔었다고 한다. 그리곤 대명시장이 변했다고들 한다.

교복차림의 10대가 40을 한참 넘긴 세월을 생각해보면 ‘변하지 않은 게 이상하지’.  입맛은 그대로인데 대명시장 주변이 달라진 만큼 세상이 변한 거다. 좌판이 하나둘 줄어들더니 호객 하던 상인들도 보이지 않고 썰렁하다. 
어쩌다 순대할머니 수레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번듯한 상가에 술집이니 옷집이니 이런저런 잡화점이 많아졌는데
그 큰 시장은 어디로 갔을까. 건너편에 마트 때문일까.

주차장도 있고 카터(짐수레)를 밀고 장를 볼 수 있는 대형마트가 편리하긴 하다. 계절이나 날씨에 안전(?)한 마트가 유혹적이다. 대형마트가 작은 상가를 문닫게 하고 지역 상권을 위협하는 중이다. 일자리를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으로 내몰아 우리 가정과 이웃을 불안정한 가구로 만들고 있다.

그러니 마트는 가지말자!
대명시장, 남문시장, 현대시장,
무수한 골목시장으로 가자.
물건 값도 헐 하다.
필요한 만큼만 살 수도 있다.
구경거리가 있다.
이웃을 만날 수 있다.
단골집에서 덤을 얻을 수 있다.
요리법이나 사용법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외상도 가능하다
(어디까지나 급박한 상황 일 때만).
그러니 옛날 시장으로 가보자!

무지막지 시장으로 가자는 뜻은 사는 형편이 어려울수록 돕고 살았던 어른들의 지혜를 따라가자는 것이다. “동네사람 물건 팔아주고 동네에서 나는 거 써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만 생각하면 어른들 말씀이 이번에도 맞다.
우리동네 물건과 돈이 돌고돌아 동네를 살리는 원리야 가장 기본적인 경제 원리 중 “자급자족”아닌가. 대안 경제로써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유일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나 녹색성장... 이런 구호들이 이것 안에 포함된 것 아닌가.
대문을 나서 골목을 지나 가까운 시장에 가자. 나는 반은 마트에서 반은 정훈시장, 중앙시장에서 장을 본다. 시작이 반이다. “불편하니 행복하네”를 생활로 가져오기 까지 더 가야한다.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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