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답사- 여덟번째 이야기  

 오늘은 옛이야기를 따라 길을 나선다. 우리 동네 사람이라면 왠만하면 다 알고 있는 호압사가 그 곳이다. 가봤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높고 높은 아파트에 가려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산에 있다 보니 엄청난 결심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라 주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설였던 분이 있다면 걱정 말고 이번 기회에 도전하시라. 가을바람에 몸은 더불어 가볍고 맑은 하늘에 눈까지 밝아지니 요즘이 '딱'좋은 계절이다. 


 호암산은 395m로 옆으로 이어지는 삼성산(478m), 관악산(631m)보다 낮은 작은 산이다. 그 안에 있는 호압사는 3분에2 정도는 마을버스로 올라갈 수 있다. 금천구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바로 호압산문 앞에 내릴 수 있다. 이런 식은 죽 먹기이니 홀가분하게 떠나보자.
 다소 가파른 산문을 걷다보면 숨고르기가 쉽지 않다. ‘하필 이렇게 울퉁불퉁 아스팔트라니’ 울뚝불뚝 짜증이 올라올 때 쯤, 그럴 땐 양옆으로 삐죽이 나와 있는 때죽나무 군락을 찾아보자.

 봄이라면 하얀 방울 같은 꽃이 줄지어 피었겠지만 요즘 같은 가을엔 대롱대롱 열매가 떼 지어 달려있다. 옛날 천렵할 때 도구가 마땅치 않으면 이 나무를 이용했다고도 한다.
고기 낚는 법은 다음 기회에 더 하기로 하고 계속 기운을 내서 가파른 길을 더 걷자.
다다른 곳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보일 것이다. 이 소나무가 호압사의 역사를 대신 말해주고 있다. 사찰에서 오랫동안 보호하고 있으니 서울근교에서 이런 소나무 숲을 볼 수 있나보다.

호압사에 얽힌 이야기는 소나무가지의 흔들림 속에 지금까지 전해진다. 오래된 곳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마을 사람들 입을 통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자기 이야기도 슬쩍 들어가 완성되는 옛이야기.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지역의 지리, 풍속, 설화, 문화재등 기록)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이성계가 한양에 새 궁궐을 짓고자하나 사고로 완성되지 못하니 무학대사의 도움을 받아 호압사를 짓고 나서야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와 절집이 어우러진 모습이 도심 속에 있는 나를 잊게 한다.  싸리비의 빗질자국이 남은 마당으로 들어서면 신도는 아니지만 겸손한 절이 절로 된다.
마당 입구엔 두 그루의 고목이 속을 비운 채 500년을 넘어 서있으니 나무라도 그런 어른이 없다. 팽나무와 느티나무 옆을 지나 ‘약사전’이라고 편액이 쓰여 진 전각으로 들어서면 이번엔 그렇게 부드러운 부처님이 약함을 들고 계신다.
이 부처님은 우리들의 고통과 병을 다 알고 고쳐주신다는 약사부처이다. 아담하게 앉아 계신모습이 처음 대하는 누구라도 그 얘기를 들어주실 듯하다.

올라가는 길은 참으로 힘들었으나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수월한 법. 내려오다 문득 ‘그런데 왜 학교 다닐 땐 여기를 와 본적 없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그 때 어른들은 모두들 뭐에 관심을 두고 있었을까?
그럼, 지금은?


산아래 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산아래 문화학교는  마을에서 함께 배우고, 함께 희망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마을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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