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법촬영 사건, 왜 지금까지 손 놓고 있었는가?

 

홍대 남성모델 불법 촬영 사건은 앞서 존재한 다른 불법 촬영 사건들과 확실히 구분된다. 경찰의 대응과 수사의 진행 속도, 법원의 판결, 그리고 언론의 반응과 댓글의 내용이 너무나 다르다.


이번 불법 촬영 사건은 수사를 진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용의자의 범위가 좁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존재한 수 많은 불법 촬영 사건들 대다수가 "수사가 어렵다" 라는 이유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경찰은 왜 이렇게 편파적인 수사를 진행한 것일까? 불법 촬영물 유포자, 즉 가해자를 일주일만에 검거할 수 있는 실력과 열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여성 피해자들의 신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불법 촬영을 한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 되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사건도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촬영 범죄를 일으킨 인원 중 98%(15662)가 남성이고 여성은 총 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에 불법 촬영 범죄의 피해자 26654명 중에서는 여성이 22402명으로 84%에 달했다. 남성은 600명으로 2.3%를 차지했다.

이 자료는 불법 촬영 범죄의 가해자가 대다수 남성이며,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범죄가 경찰의 빠른 수사진행으로 단시간에 범인을 검거한 적은 유래에 없는 일이다. 수 많은 불법 촬영 사건이 있고 피해자가 2만명이 넘게 있으나, 제대로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가해자들 중 90%가 풀려나고, 처벌을 받는다 하여도 솜방망이 처벌이니 불법 촬영 사건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경찰, 법원, 언론이 얼마나 편파적인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남성일 경우와 여성일 경우를 비교 해보았다.

 

경찰의 대응

여성 피해자의 경우: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음, 가해자의 얼굴 사진을 찍지 않음, 가해자를 불구속기소로 수사, 피해자에게 "못 잡는다", "이미 게시물이 삭제되어 가해자를 알 수 없다", "그러게 왜 그런 옷차림/그런 장소에 있었냐" 등의 피해자를 탓하는 식으로 수사자체를 거부, 가해자 및 제 3자의 2차 가해로부터 보호를 원하는 피해자의 요구 거부.

 

남성 피해자의 경우: 매우 빠르고 적극적인 수사로 단기간에 용의자 파악 및 범인 검거, 피해자의 2차 가해까지 적극 대처, 가해자가 불법촬영물을 올린 사이트에서의 활동 내역 파악, 해당 사이트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 발부 받음.

 

 

법원의 판결

 

남성 가해자의 경우: 초범이라며 무죄 판결, 가해자 집행유예, 가해자가 반성의 기미가 있다며 감형, 현행범인 가해자 무죄,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 등등.

 

여성 가해자의 경우: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판사가 영장 발부 및 긴급체포, 불법촬영 유포 혐의로 경찰 구속.

 

 

기사의 자극성

 

여성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사진이 아닌 피해자의 상황을 나타내는 자극적인 이미지, 제목에 가해자 남성의 성별은 표기하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성별을 부각시킴,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개인정보(나이, 성씨 등)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음.

 

남성 피해자의 경우: 기사 속 첨부된 사진이 학교 건물 또는 가해자의 사진, 기사 내용에 가해자의 개인정보(나이, 성씨 등)이 포함되어 있음. (예시: 20대 동료 모델 모씨(나이, 성별), 동료 여성 모델 ○○○)

 

 

기사의 댓글

 

여성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잘못이라며 2차 가해,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욕설이 난무한 악플이 대다수,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

 

남성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지나친 폭력적 악플, 이 사건을 남성혐오라 주장, 가해자만이 아닌 여성 전체에 대한 혐오적 악플, 법이 여성들에게 관대하다는 발언으로 특정성별에 대한 혐오를 조장함.

 

불법 촬영 때문에 여성들은 화장실에 가면 먼저 카메라 구멍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휴지로 구멍을 막거나 송곳이나 핀셋으로 구멍을 찔러보기도 한다. 볼일을 보러오는 것 뿐인데 여성들은 이 간단한 일에도 불안감을 갖고 있다. 화장실뿐만이 아니다. 대중교통이나 직장, 학교, 기숙사, 심지어 집에서도 불법 촬영의 위협을 받고 있다. 남성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알지도 못할 일들이다.

홍대 남성모델 불법 촬영 사건의 가해자는 경찰의 조사 당시, "피해자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쉬어야 할 탁자에 누워서 쉬었다." 라고 진술한 바가 있다. 그리고 다른 동료 모델의 말에 따르면 원래 쉬는 시간에 옷을 입고 쉬는데, 남자 모델은 옷도 제대로 여미지 않아 다른 모델들이 눈살을 찌푸렸다고 한다. 아무리 누드모델이라고 하지만, 휴식 시간 중에도 나체를 드러내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공연음란죄에 해당된다. 가해자는 피해자 남성의 행동에 화가 나 사진을 찍어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편파성에 분노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피해자 또한 경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 <몰카 등 성폭행 가해자 처벌 건에 대하여>, <홍대 몰카 사건 관련 기사의 자극적 보도 수정 및 정확한 수사 요청> 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첫 번째 청원을 올린 글쓴이는,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수사를 달리 하는 국가에서는 남성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랍니다." 라는 문장으로 청원글을 끝맺었다.

다가오는 19,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 촬영 범죄에도 수사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과 이러한 범죄를 일으킨 남성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있을 예정이다.

동일사건이 일어날 때 성별에 따라 편파적 수사를 하는 대한민국이 아닌,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해자가 처벌 받고 피해자가 보호 받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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