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198

 

강남역 한복판 교통 탑에서 30일이 넘게 고공 단식 농성중인 해고 노동자가 있다. 김용희다. 온몸을 구겨 넣어도 두발이 허공중 매달리는 좁은 곳에서 폭염과 장맛비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사정은 상식으로 짐작도 못할 것이다. 지난 7월 10일은 그의 생일이었다. 회갑 생일인데 삼성에서 정년나이란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 했다는 죄로 그는 납치, 회유협박, 테러, 해고, 해외유배를 당했고 그 과정에서 부인은 성폭행을, 부친은 자살을 당했다. 지옥 같은 24년을 끝장내기 위해 단식고공농성을 시작한지 한 달이지만 삼성은 ‘입장이 없’고 마지막 일터였던 삼성물산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생일 날 진행된 문화제에서 그는 ‘24년, 암흑 터널을 헤맸다. 나에게 유일한 희망의 힘은 여러분이 거기에서 들고 있는 촛불하나 핸드폰 불빛 한 점이었다.’며 절박한 외로움을 토로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 옥상에는 여성노동자들이 10일이 넘게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도로공사는 일자리를 쪼갠 근본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회사를 자회사로 돌리고 자회사로 전직하라고 한다. 대법 판결도 소용없는 횡포를 막고 정상적인 정규직화를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불가’하다고 하고 사장 이강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불가능하다는 말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대안도 없고 어쩔 수 없다며 자행된 신자유주의 시장 횡포, 자본의 광란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처절하게 파산시킨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은 언제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말이다. 물론 불가능한 일도 있다. 종교나 신의 영역이야 인간이 도저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님은 자기가 성의로 할 일과 경이원지(敬而遠之), 즉 ‘삼가되 멀리하라’는 영역을 구별했다. 귀신의 영역과 사람의 영역을 말이다. 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어쩔 수 없고 불가능한 영역을 만든다. 이기심 탐욕 경쟁 빈부격차 ... 최근에 제4차산업혁명이라는 공갈협박 주술까지 사람이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억센 희망 대신에 귀신의 세상을 만들어 공포에 떨며 순응 적응 굴종을 요구한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사람을 존중하고 살리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세상이 된다. 사람이 일회용 휴지가 되는 이런 자본주의 체제가 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지금이 행복한 이들이야 지금이 변화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싶겠지만, 지금이 아픈 우리들에게 오늘은 보다 나은 내일로 가는 여정, 사람의 영역에서 어제의 모든 불가능은 오늘과 내일엔 가능으로 전환되고 전환 시켜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일본 아베정권도 한일 간의 협정, 박정희와 박근혜가 맺은 그 치욕적인 협정의 시정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헌법을 파괴하고 아예 헌법을 조작했던 박정희와 헌법을 농단 유린했던 박근혜은 존재 자체가 반민주다. 그런 반민주가 만든 역사에 대한 테러, 가해자이자 매수자 그리고 군국주의 일본만 편한 불의를 시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사람을 위한 약자를 위한 한발은 언제나 지금의 기득권자들에게 불가능하다는 낙인을 찍힌다. 아베와 삼성과 도로공사는 낙인을 찍는 ‘샴 세쌍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시대의 슬픈 등대, 강남대로에서 김용희의 죽음을 태우는 절박한 호소는 단지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삼성이 대표하는 그 특권과 반칙과 부정부패와 고문과 유린에 대한, 돈 중심 체제에 대한 강력한 항거다.

문재훈 소장
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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