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부터 1박 2일간 ’5월 광주 민주주의의 봄과 시련이라‘는 제목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광주에 내려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역사적 현장들과 흔적들을 만나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고 가슴이 아팠던 것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으신 분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신 김상호님는 나와 같은 나이인 고등학교 1학년 17살이었다. 살면서 사람을 향해서 실탄이 발사되는 소리를 듣는다는 상상을 해보긴 했을까. 바로 눈앞에서 사람이 칼에 찔리듯 위협받고 끌려가는 것을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지만 그게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 않았을까.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말씀하시던, 땀이 삐질하던 그분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제주 4.3사건이라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사건들을 공부하다 보면 사망자의 숫자에 익숙해지고 무감해지는 느낌이 든다. 의자에 앉아 책 위와 동영상에 나오는 하양, 검정 숫자들을 읽을 때면 사람의 목숨이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당사자가 아니니까 라는 가벼운 마음을 갖고 과거만의 일로 치부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사자분들의, 피해자분들의 경험담을 직접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분들이 본 역사의 현장은 책 위에 기록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사람들에게는 더욱 크게 울렁이며 다가온다. 김상호님의 이야기를 들은 나에게는 그랬다.
 제주 4.3과 광주민주화운동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사건 당시 외부와 차단되었던 것, 대부분의 살상은 국가의 경찰과 군인들이 저질렀다는 것, 도민들과 시민들이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저항하며 싸운 것 등 대부분 상황을 절망적으로 볼 수 있게끔 하는 요소들이 비슷하다. 특히 국가를 지키는, 국민을 지키는 의무를 가진 군인과 경찰이 국민을 총과 칼로 위협한다는 것은 세상에 배신당한 것과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다, 과연 이 사건들에서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 가를 수 있을까? 당연히 아무 죄 없이 죽어 나간 사람들은 명백한 피해자들이자 희생자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죽이던 군인들과 경찰들 모두가 개인의 의지를 가졌던 완벽한 가해자일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데에 과연 아무런 감흥이나 슬픔이 없었을까. 그들의 살상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두가 상처입는 새드앤딩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 사건들의 전말은 깔끔하게 밝혀질 수 있을 것인가? 이 두 사건은 결국 누구를 위한 사건이었을까. 답을 알아도 찜찜하다.

 

기고 김온화 

 

<복원 중인 전남도청 건물 >

 

<광무 구 묘역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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