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최저임금 개악안을 상정하는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개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변백선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다.” 미국대통령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반응이다. 한미 간의 조율이 잘 되고 있고,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열린다는 말을 한지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뒤통수를 맞았으니 당혹스럽고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당혹의 내용과 유감에 대한 이후의 대책이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트럼프는 김계관과 최선희 북한의 외교 책임자들의 발언을 이유로 회담의 취소 연기를 하며 마치 중학생들이 연애 밀당이라도 하듯 책임을 넘겼지만 김계관의 말 전에 볼턴의 말이, 최선희의 말 전에 부통령 펜스의 말이 있었음을 감춘다. 아주 전형적인 양아치 시비 걸기다. 원인을 외면하고 보이는 한 부스러기 장면만 극대화하여 결국 힘없음은 죽어라는 그 심보 말이다.

 

대한민국 헬조선에서 우리 민중들에게도 524일과 25일을 넘는 밤은 안과 밖, 이중으로 당혹에 유감이다. 트럼프의 야바위 짓에 의해 동요하는 한반도 평화에 당혹과 유감이라면, 안으로는 최저임금법의 사상 최대 개악을 강행하는 문재인 정권의 반동(反動)때문이다. 최저임금은 민주공화국에서 국가가 보장하는 인간 존엄의 최저 기준이다. 인간 생존의 최저기준이 아니라 존엄한 삶의 최저 기준이라는 말이다. 이런 단어(單語)적 뜻을 최소한으로 실현하라는 것의 상징으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지난 대선에서 후보 모두가 함께 공약한 약속이 되었다. 특히 촛불의 힘을 업고 당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수출 경쟁력이라는 유물대신 소득주도 경제력을 앞세워 최저임금 만원 인상이 구체적인 현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주었다. 그리고 만원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오랜만에 두 자리 수 인상의 최저임금을 올려 촛불을 든 보람을 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의 개악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촛불 때문에 억지로 쓴 노동존중이라는 가면을 벗었다. 그들은 결국 돈의 편, 강자의 편이었다. 소득주도가 소득(증대)주도가 아니라 소득(감소)주도임을 선포했다.

 

올 초부터 직장 갑질 119’ 등을 통해 가장 극악한 직장 갑질이 노조 없는 회사 직장인들에게 상여금과 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최저임금의 개악을 통해 갑질이라 부르는 패륜적 행위를 ()’으로 보장한다. 정말 노동자 민중의 삶에게 염장 지르는 정권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사내하청업체에 인상된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법 개악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개악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재벌들에게 통상임금으로 해온 임금 도둑질이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보충으로 계열사, 부품사, 사내하청, 수 천 곳의 상여금 복리후생수당을 날로 먹게 해 준 것이다.

 

이번에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 법안은 그 전까지 민주노총 등이 반대한 최저임금 개악보다 더 나쁘다. 상임위 통과 30분 전에 급조된 법이라고 하는데 내용을 보면 재벌에게 치밀하고 친절하고 노골적이라 아주 오래 재벌들의 민원에 의해 준비된 법안으로 보인다.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한자고 간을 보다가 복리후생비를 전부를 포함시킨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여금 말살 전략으로 보인다. 자본에게 기본급만 주면 모든 노동조건에서 자본의 사회적 의무를 해방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가장 괴로운 분들은 살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하지 않으면 일 자체가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이다. 환노위 개악론자들은 연소득 2,500만 원 안팎의 저임금 노동자는 산입범위가 확대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연봉 2,500만 원 이상을 주는 기업에게 혜택을 준다는 의미다. 게다가 상여금 없이 복리후생비만 받는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액의 7%만 산입범위 예외이고 그 이상은 무조건 해당됨으로 연봉이 2천만 원 수준이어도 산입범위에 포함되게 된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원칙도 훼손했다. 이들도 지금의 조치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치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조 내지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에서 최저임금 산입 조항을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쉬운 해고’‘저성과자 해고를 불이익변경이 아니라며 노동개악을 추진한 박근혜도 하지 못한 것을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자행한 것”(민주노총 성명서 중)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3.7늘어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고 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인가 했다. 그런데 이것이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대기업이 사원들에게 보너스를 많이 지급한 영향이란다. 그래서 상위 20와 하위 20소득은 더욱 커져 양극화가 역대 최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현 정권은 대기업 정규직들의 임금을 헐어기로 했나 보다. 남미의 어느 독재다가 빈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민을 학살했다는 짓과 같다. 하위 소득을 늘려 불평등을 줄이는 상향 평준화가 아니라면 수치적 평등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리 노동자 민중들은 하루아침에 안팎으로 봉변을 당하고 있다. 왜 그런가?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에서 주인이 아니라 기껏 중재자 아니면 미국의 조력자가 되어 주체적 평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촛불을 들어 만든 정권조차 노동자 민중의 주인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정권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정치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바지사장 돌격대 홍영표라는 작자는 민주노조운동을 했다는 자다. 그가 앞장 서 노동권을 파괴하는 것은 사대 망국노가 아니면 출세를 위해 변절과 배신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한국 근현대사의 극단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저임금법의 개악을 통해 노조도 단체협약도 심지어 취업규칙의 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최소 저항권도 파괴하려는 문재인 정권의 속셈이 문재인 정권의 본질이다. 노동자 민중의 염원을 집권의 도구로만 악용하고 결국 신자유주의 헬 조선을 만든 정권, 과거를 청산한다며 결국 미래만 파괴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한계가 더 기괴하게 되풀이 되고 있다. 당혹(?!)스럽고 유감(?!)스런 날들이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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