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의 시선 - 추석에 대하여




 추석. 추석. 벌써 추석까지 온건가. 빠르게 흘러간 거 같기도 하고 그럭저럭 적당히 흘러간 거 같기도 하다. 이제 올해도 3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건가. 하아아. 

시간이 흘러가는 게 너무 싫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내가 점점 커간다는 거고 커간다는 거는 내가 어른이 된다는 거다. 우와, 진짜 싫다. 돈은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 되지 하는 생각부터 온갖 불안한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어른이 되면 좋은 점도 많아지겠지.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세상은 이 세상이 아니다. 아마 저 우주에 존재하지 않을까. 음, 진짜 우주에 존재한다면 부자들은 당장 로켓타고 갈 거 같은데, 그러지 않는 걸 보니 아마 우주에도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나 보다. 

책임이란 게 어떻게 보면 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거 같다. 책임지면 될 거 아니냐고 하고 싶은 거 하는 건 좋지만 하고 싶은 짓에만 책임이 따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말로 장점 단점이 극단적으로 존재 한다. 어째서 인생은 청소년에서 멈추지 않는 걸까. 

어째서 다시 한번 없을 꽃다운 청춘을 이리도 괴롭게 고민하여 보내야 되는가. 어째서 커가는 것을 점점 두려워해야 되는가. 나이 먹은 사람들이 부럽다. 올바른 일자리가 있으니까. 노인분들이 부럽다. 끝을 슬그머니 보고 있으니까. 오히려 끝이 더욱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섭다. 너무나도 두렵다. 끝이 편할 거 같다고 하면서 그 끝에 다다르는 길이 무섭다고 하다니, 정말 모순된다. 나는 대체 언제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이란 것은 행복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괴롭기도 하다. 앞으로의 설레는 미래를 고민해 본다면 행복하겠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미래를 고민하면 어우, 때려치고 싶다. 추석도 마찬가지라 보면 될 것 같다. 나 같이 추석을 쉬는 날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빨리 오라고 몸부림을 치는데 추석이라는 이름의 중노동과 약탈이 밀려오는 사람은 생각만 해도 몸부림을 칠 것 이다. 솔직히 나는 추석과 설날과 다른 명절들이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이름만 다르고 다 똑같은 거 같다. ‘쉬는 날’. 그래서 아주 좋아 한다. 명절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제일 좋거든.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아마 나 같은 학생들이나 몇몇 남자들일지도 모른다. 그 외의 사람들은 추석이라는 아주 좋은 쉬는 날에 되고 싶지 않은 요리사가 되어버리고 꿈도 꾸기 싫은 ATM이 되어 버린다. 추석하면 송편부터 떠오르는 음식이 되게 많다. 그 동시에 추석 때 벼락 부자가 되어버리는 애들이 많다.(정말 부럽다.) 하지만 그 뒤에는 울상이 되어있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일 것 이다. 

 어째서 이 즐거운 명절에 일을 해야 하는 것 일까. 이 명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 하는 가. 뭐, 나는 안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용돈을 주시면 나는 정말로 세상에서 정말 행복하긴 하다. 하지만 이게 꼭 의무가 되어버릴 필요는 없는 것 이다. (없는 것 인가.... 없는 거냐고...) 

추석이란 본래 달빛이 가장 좋은 날이란 뜻으로 그냥 이거 기념해서 파티 여는 날이다. 그러면서 조상님한테 절도 하고 뭐 그런 날인 것이다. 파티는 원래 즐거워야 되는 것 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 까. 일단은 제사 때문인 것 같다. 솔직히 요리하는 거 우리 먹을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사상에 올릴려고 하는 거 아닌가? 물론 끝나고 우리가 먹긴 하지만 그래도 맨 처음은 제사상에 올린다. 집안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데 밥과 김치 하나만 바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 되었는지 조상님에게 잘 보이려고 엄청 화려한 음식들을 한다. 평소엔 먹지 않는 음식들이다. 그래서 이렇게 할머니 집으로 가서 몇 시간 죽치고 프라이 팬 앞에서 기름 튀기면서 계란물에 담그면서 만드는 것 이다. 

하나만 만드는 게 아니다. 엄청 많이 만든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일단 많이 만든다. 왜일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고는 매우 특별한 것 같다. 근데 이렇게 이유도 모르면서 만들고 싶지도 않고 그냥 추석이니까 억지로 만드는 음식을 조상님들은 맛있게 먹고 정말 즐거워 할까. 부모는 자식의 행복이 제일이고 자기 때문에 자식이 불행해지면 마음이 매우 아프다는데 조상님들은 안 아프십니까. 맛만 있으면 된다 이겁니까. 뭐 될 수도 있지. 용돈도 마찬가지이다. 선물 세트도 마찬가지지. 내가 행복하기 위한 날인데 왜 내가 돈을 내야 되냐 이 말이다. 물론 나는 돈을 안 내지만 나라면 되게 짜증날 거 같다. 명절이 돈 빠져나가는 날이 될 거 같다. 엄청 짜증날 거 같다. 와, 생각하면 할수록 진짜 짜증나는데? 쉬는 날에 뭐 잘못 했다고 애들 머릿 수 만큼 만원이 넘어가는 거금을 뿌려야 되는 거지? 근데 돈을 안 뿌리는 입장은 너무 행복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른분들. 


 한줄 평: 조상님들은 편하시겠어요.


16살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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