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어 아들녀석을 키우는 재미는 여러가지 있겠지만은 그중에서도 같은 남자로서의 연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과정에서 제일 쏠쏠한 맛을 주는 것은 녀석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것이다.
몇 달에 한 번씩 가면 그때마다 등을 밀어주는 고사리 손의 힘이 그 전보다 조금씩 세어졌음에 남몰래 흡족해하며 여기저기 몸을 살펴가며 제대로 커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다.
동네에서 2km 떨어진 곳에 구로공단역 바로 옆에 가보면 00 해수탕이라고 지하에 있다.
결혼 전에 이 동네 살 적에 혼자서 많이 가기도 했었고 동해에서 바닷물을 직접 떠와서 큰 트럭이 밤새 왔다갔다 하는 걸 평소 봐왔던 터라 수질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의심하다 보면 끝도 없는 것이다. 대충 살자. 좀!)
아이를 데리고 처음에 갔을 때는 도무지 아빠 곁을 떠나려 하질 않아 건사하기도 힘들었고  한번은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욕탕이 쩌렁쩌렁 울어대는 것을 달래느라 진땀 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자기 옷도 챙겨 스스로 챙겨 입고 수건으로 머리도 탈탈 털어내고 드라이기는 환경오염 때문에 사양하는 듬직한 아들이 되었다. 특히 목욕을 마치고 올라와 1층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엄마 몰래 맛있는 정크푸드를 나눠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기도 하다. ㅋㅋ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전날 저녁부타 자기도 오빠 따라 가겠다며 설쳐대는 다섯살난 딸래미까지 동반하고 해수탕으로 향한다. 딸을 데리고 가는 건 아무래도 조만간 마감을 해야 할 성 싶지만 아직은.. 아직은 괜찮다고 본다.
여기는 조그맣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전용 탕을 만들어 놨는데 둘이 아주 신이 났다. 둘째는 '빨래놀이'를 한다며 바닥에 수건을 펼쳐놓고 조그만 손으로 주먹방망이를 만들어 탁,탁, 쳐가며 빨래에 열심이다. 아들녀석도 오랜만에 와서인지 재미있나 보다. 여기 저기 들어가 보고 동생도 잘 챙기고 아빠는 여기서 좀 쉬고 있을게...
목욕을 마치고 아이들을 대충 닦아내고 체중을 재어 보았다. 아들은 131cm에 28kg.. 또래 평균키보다 10cm정도 더 크다. 어디 가면 3,4학년 소리 들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체중이..........무려.....82.5kg 이었다. 80을 돌파한 걸로 모자라 이제 좀 있으면 85를 넘볼 기세다. ㅠㅠ
키가 182 이니 적정 체중은 75~77 정도이다. 80 넘어가면 몸이 둔해지고 피로회복도 쉽지 않다. 기분도 안좋다. 게다가 살이 찌면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나이보다 늙어보임이 건강의 적신호이기에 무시할 수 없다.
암튼 결론은 it's time to go! ...
"올해가 아직 많이 남았고 신에게는 6개의 달이 남아 있사옵니다. 모든 적들을 배(?)에서 베어내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뛸게여..ㅎㅎ"

김희준 (독산1동)

 

필자는 독산1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재빈, 재은, 재령 3남매와 함게 성장일기를 쓰고 있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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