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소통을 위해 비정규노동자의 말을 들어라 



요즘 언론을 보면 민주노총이 공공의 적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적개심이 얼마나 강한지 똥오줌 가리지 않고 정부의 딴죽만 걸던 자한당비대위원장 김병준 조차 "대한민국이 민주노총의 나라가 되고 있다.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민주노총과 단호히 결별하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하면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품지 않고 민주당보다도 오히려 더 강력한 우군이 되어 드릴 것"이라 공언한다. 민주노총 전위원장이자 진보정치를 대변한다는 정의당 김영훈, 국내 진보학자의 자존심 교수 김동춘,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 경향까지 민주노총만 사라지면 대한민국이 갑자기 천국이라도 될 기세다. 

왜 이 난린가? 그것은 협치, 숙의 민주주의를 한다는 이른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불참한 탓이다. 내용을 보니 노동자에게 “탄력근로제 개악”과 “광주형 일자리”를 강제하려는 것이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기간(3~6개월) 주 80시간을 일을 해도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성수기 비수기가 있고, 신상품 발매, 밀어내기 수출 등 특정한 시기에 일과 이윤이 몰리는 기간을 장시간 값싸게 부려먹겠다는 말이다. 이것은 대부분은 IT 전자전기 통신 자본의 이익을 채워준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재 비정규직보다 임금 노동조건이 낮은 정규직 일자리로 현대 차 광주 공장을 짓겠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삼성, 엘지, SK, KT와 현대-기아차 자본의 이익, 결국 재벌을 위해 노동자들을 과로사 시키자는 의도다. 

김병준이 난장판이라 부른 행위는 빈곤과 차별과 고통의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에 죽음을 더하는 사기 대화가 아니라 진짜 대화를 하자는 몸부림이었다.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진짜 사장과 진짜 대화를 원했다. 권리와 의무를 일치시키자는 아주 상식적인 요구다. 하지만 진짜 악당은 뒤에 숨고 조무래기만 설치는 조폭처럼, 인신매매 포주인 파견업체 사장, 하청 사장 급조된 자회사라는 ‘바지’들만 설쳤다. 진짜 책임자와 진짜 아픈 자들이 직접 만나, 진정한 문제해결을 하자는 노동자들의 절박함은 가진 자들에겐 그저 ‘난장판’이다.

다른 한편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통령의 직접 면담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충고다. 지난 1년, 우리는 민생적폐 청산의 골든타임을 잃었다. 외려 현 정부는 본격적으로 가진 자들의 이익에 근거한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런 갈림의 시기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온 길에 대한 평가와 갈 길에 대한 민의 소리’를 알리려 했다. 경제가 어려운 진정한 이유, 우리 사회 생활적폐의 진정한 걸림돌에 대해 말이다. 경영자들이 지나친 규제와 민생 우선 정책, 강성 노조의 존재로 투자의욕을 잃어 경제가 어렵다는 거짓을 근본에서 타파하자는 것이다. 김대중~문재인까지 20년을 넘게 없애고 풀고 혁신했다는 규제라는 것이 사실은 이윤과 탐욕에 쓰러진 안전 보건 복지이자 사람에 대한 존중이었을 뿐이다. 작금의 경제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눈에는 대부분이 경제적 적폐청산을 거부하고 복지적 제도 정책을 파탄시키려는 ‘자본의 사보타지, 파업’에 의한 허풍이다. 그 결과 1987년 6월 항쟁, 789노동자 대투쟁, 1997년 총파업에서 재작년 촛불항쟁까지 한국 민중의 민주주의는 ‘잠시 이기고 길게 지며 적폐들의 변태와 잔존과 부활을 보는 피눈물 나는 좌절과 허무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음을 경고하려 했다. 경제위기라 불리는 지금의 모습이 한국사회 적폐 기득권들의 은밀하면서도 총체적인 반동 쿠데타이자 저들이 짠 ‘물구나무 선 촛불반란’임을 알리려는 것이다. 

민주노총 집회라고 조중동 등이 난리를 쳤지만 국회 법원 검찰 청와대로 이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행진은 이미 민주노총을 넘어서 있다. 그들은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를 부르며 끝내 어린 여성 노동자 옆에 선 오늘날의 전태일이다. 한국의 정치 학계 언론들이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 대화니 소통이니 민주주의를 팔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와대로 가면서도 손에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 나눠 줄 갑질 예방 노동수첩을 들고 있었다.(사진) 헬 조선에 빠진 지금 젊은이들이 전태일의 어린 누이다. 촛불이 피어난 곳, 촛불의 처음이자 끝이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4박5일의 노숙 면담 요구 투쟁은 촛불 민주주의가 현 정권에 보내는 마지막 충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 민주당은 적폐의 품에 안겨 민주와 인권의 무덤을 파는 길을 멈추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말에 가슴을 열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 소통하는 길이 촛불의 길이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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