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의 속내



이 글을 마무리하는데 충난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24살 젊은 비정규 청년노동자의 소름끼치는 죽음의 소식이 들린다. 민영화되고 분사화 되고 비정규직이 되다가 하청 용역에 그도 모자라 하청의 1년 계약직으로 들어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는 그 단계마다 목과 몸이 분리되는 죽음으로 직진하는 길이었다. 자본의 이윤은 결국 인간의 피땀이고 죽음의 대가다. 민영화, 구조조정, 규제완화라는 말이 만든, 이 자본만 화려한 사람들의 ‘생지옥’을 언제까지, 어떻게 견뎌야 하는 것인지... 사는 것이 너무 욕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노조는 우리시대의 주홍글씨 낙인인가보다. 원래 그러려니 하는 역사와 시대의 반동·반공·쓰레기 언론들의 호들갑은 그렇다 쳐도 이제 진보 개혁을 표방하는 ‘한겨레·경향신문’의 사설에서조차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 대표적인 주제가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창출이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을 정부는 ‘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노사책임경영 및 원·하청 관계개선을 위해 공적자원과 민간투자가 결합된 새로운 일자리로,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상향균등화를 이루어 해외이전 공장의 국내 복귀를 가져올 것’이라 자찬한다. 그리고 모든 언론들이 이를 고무·찬양하며 반대하면 대역죄라도 지은 것인 양 몰아 부친다. 과연 그럴까?


 광주형 일자리라는 것을 한마디로 줄이면 새로운 ‘현대차 공장을 광주에 짓자’는 것이다. 값싼 인건비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대신 현대 자본에게 그 만큼의 대가 즉, 이윤 손실을 세금과 노동자의 피땀으로 채워주자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꾸며진 것이 광주시 ‘노사민정’ 테이블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상하게도 현대자동차 공장의 직접 당사자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는 없다. 현대자동차와 직접 상관이 없는 어용노조의 집결체 한국노총이 ‘노(勞)’의 대표가 되어 있다. 을사년의 한일 늑약도 서러운데 그 주체가 조선도 아니고 ‘미국과 일본’인 꼴이다. 그런데 한국노총조차 노사민정 테이블을 거부했다. 이유를 들여다보니 현대차 재벌의 투자의향서 내용이 기막혀서다.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5년간 유예’, ‘기본급과 제수당, 시간외수당까지 포함해 연봉 3000만 원’, ‘근로시간 주 44시간 보장’... 광주시는 현대차 자본의 1차 투자제시안을 공개도 못했다.  


현대자동차 투자 안은 노사단체협약의 최장 유효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현행 노동조합법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광주형 일자리가 2021년 이후 적용되는 조건이라면 내년 최저임금 연봉 기본급이 2094만 원이니 현대재벌의 요구대로 물가인상률의 평균치로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이미 최저임금 보다 못한 금액이 된다. 게다가 이를 또 5년 간 유예한다면 광주형 일자리라는 것이 최저임금에 한참 밑도는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디서 일자리 ‘상향’ 균등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현대차는 노동시간을 ‘주44시간’이라 했다는데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최저임금법에 노동 3권을 보장한 헌법을 부정하고 만든 일자리가 광주형 일자리다.  


현대 화물차 노동자들에게 빚더미를 안겨주는 것은 이른바 ‘지입차주제’다. 지입차주제는 운전기사가 운전 차량을 자기 것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버스기사에게 버스를 사와야 버스기사로 일을 하게 한다는 격이다. 그것이 이제는 화물차 회사가 운전기사들에게 차량을 ‘대여’해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래 노동의 3요소인 노동대상, 노동수단, 노동력 중 노동대상과 노동수단은 자본이 고정 투자로 제공하고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노동력만 제공하는 것이 정상적인 자본주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본의 기본의무인 노동수단조차 노동자들이 빚으로, 피땀으로 제공해야 하는 ‘기업하기 좋은 세상’이 되어 있다. 당시 이런 심각한 사기(詐欺)의 명분이 무엇이었을까? 동일한 일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으로 일하라는 것이었다. 


광주형 일자리 이전에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차고 넘쳤지만 대부분이 그것은 값싼 공장부지 제공이나 세금을 깎아 주거나 면제하는 것이었다. 사실 광주형 일자리가 처음이 아니다. 동희오토 공장이 있다. 기아자동차 서산공장은 모든 것이 기아 차의 소유지만 그 공장 이름은 동희오토이고, 그 안은 기아자동차 차를 만들지만 기아자동차 원청 정규직 하나 없는 비정규직 공장이다. 그래도 기아차는 부지, 시설, 기계 등에 대한 투자를 했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는 아예 세금까지 퍼부어 현대차 부담을 광주시가 대신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광주시가 현대차 공장을 돈까지 바치면서 하청공장, 비정규직 공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노사민정이 합의한 것이 정말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일까? 2018년 8월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50.7%다. 반값임금과 장시간 노동은 비정규직 차별의 상징인데 광주형 일자리의 전제가 국내 완성차 공장 임금의 딱 절반이다. 대신에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복지 제도를 보충해준다는 것인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이자 도덕적 의무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복지비용조차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현대자동차 한 재벌의 공장을 위해 나라를 바치고 노동자를 쥐어짠다는 말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적정 임금이고 노동시간인데 실상은 ‘적정’이란 말 앞에 자본이 원하는 ‘착취’라는 말을 뺀 것이다. 노동자들을 위한 적정임금이 아니라 자본의 탐욕을 향한 착취의 적정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광주형 일자리에 열광하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이 이른바 신자유주의 ‘기업 파시즘의 광신도’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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