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이 아니라 캣파트너입니다

 ‘금동땡사업 제안자 곽승희 씨 인터뷰


요 근래 고양이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는 동물이 있을까? 혼을 쏙 빼놓을 만큼 깜찍한 고양이 사진이나 동영상은 SNS와 커뮤니티에서 단골소재로 게시되고 수많은 좋아요와 함께 반응이 쏟아진다. 하지만 실제로 고양이라는 한 생명이 사람과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어떨까? 고양이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온 동네에 같이 살고 있는 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금천에서 동물과 0000(땡땡땡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곽승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금동땡소개?

금천에서 동물과 0000’의 준말이다. 금천에서 동물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 금천에서 동물과 재밌는 일 기획해보고 싶은 사람들’, 금천구에서 동물과 산책모임을 하고 싶은 사람등 동물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땡땡땡땡이라는 빈칸으로 사업명을 만들었다. ‘국민해결 2018’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지난 10월부터 시작해서 두 차례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현재 금동땡 알림판을 금나래 공원에 설치하고 있다.

 

국민해결 2018 사업은 국가와 시장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국민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를 전문가와 연계해 실행하되 그 과정에서 참여와 상호관계를 이끌어내는 소셜리빙랩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업이다. (편집자 주)

 

금동땡 알림함은 어떻게 사용하나?

원래는 고양이 배변함을 만들려고 했는데 배변함만 만들기보다 동물을 보호하거나 동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1층은 고양이가 들어올 수 있는 쉼터로 물과 밥그릇이 놓여있다. 2층은 동물의 배변을 담을 수 있는 배변 봉투를 측면에서 꺼내 사용할 수 있다. 3층 청소도구함으로 들어 올리면 안에 탈취제, 물티슈 등 배변을 치울 수 있는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고 옥상인 맨 윗면에는 게시판으로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입양이나 산책을 제안하는 등의 소통이 가능한 게시판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의 배설물이 자갈밭에 있다고 알림함 SNS로 보내면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청소도구함을 열어 사용할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곳이 아닌 금나래 중앙공원 한 곳에만 설치되어 상징적 의미가 좀 더 크긴 하다.

 

어떻게 하게 되었나?

처음엔 자주 가는 공간에서 잘 아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괴로움을 해결해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냄새나는 고양이똥, 어떻게 하죠?관련기사 링크) 길고양이를 보살펴준 사람들이 그 고양이의 배설물 때문에 같은 동네 다른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사례였는데 이런 문제는 행정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한편으론 그전부터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주인이 없는 동네 고양이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들을 챙겨주거나 관련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주변에 이야기하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었고 그러면서 동물과 어떻게 함께 살까, 동물을 좋아하는 주민과 좋아하지 않는 주민이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을 확장하게 되었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하고 싶고 금천구에서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다.

 


금천구에 동물 모임이 있나?

금천구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하는 사람들은 주로 홀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고릉고릉 금냥이라는 밴드를 발견해서 가입을 했더니 금천구 길고양이 보호협회라는 현수막을 들고 찍은 사진도 있는데 그 이후 활동은 올라오지 않았다. 한편, 근처인 관악구나 광명시는 커뮤니티 모임이 아무 잘 되어있다. 사실 먹이 영역을 확인하고 TNR - 길고양이를 생포하여(Trap)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Neuter) 회복시킨 뒤 다시 해당 구역으로 방생(Return)하는 것 - 까지 공존하기 위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해나가는 집단이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밥만 챙겨주는 일도 어렵고 무서운 일이다. 이번 사업도 그래서 밴드로 모이지 못한 수많은 캣파트너들을 모아 커뮤니티 사업을 하기위한 밑 작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하기 정말 어렵다. 그러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커뮤니티 만드는데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활동이 있을 거예요,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함께할 사람을 모집한다던데?

설치한 금동땡 알림함 1를 함께 관리할 친구가 필요하다. 12/31까지 설치할 예정이고 가능한 매일매일 챙기긴 하겠지만 혹시 배변 봉투함이 비었는지, 주변 쓰레기로 더러워지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서로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함께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gdt_box_1)으로 연락하면 된다. (https://www.instagram.com/gdt_box_1/)


 

사업하면서 어려운 점?

예전에 지역에서 받았던 지원사업은 예산을 사용할 때 수정도 자유롭고 온라인에서도 쓸 수 있어 운용이 편리했는데 이번 사업은 온라인 결제가 하나도 되지 않아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가 없다. 대표적으로 사업 홍보와 안내를 위한 스티커를 주문하여 제작해야 되는데 행정안전부 사업에 맞지 않는 물품이라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심지어 결재권도 없어서 매니저가 일일이 구매가능한지 아닌지 확인하고 알려줘야 하고, 사업을 다 따라다니면서 결제도 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어떻게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이렇게 모자라게 디자인이 될 수 있나? 기한이 넘어가면 예산수정도 되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많고, 이런 건줄 알았으면 쉽게 한다고 얘기 안했을 것 같다. 사업비 일부는 사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동물권행동 카라라는 곳에서 활동하는 한 전문가가 고양이처럼 독립적인 동물에게는 캣맘이 아닌 캣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고 그 동안 캣맘들은 대부분 위축되고 움츠려드는 사람이면서 분쟁의 중심인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부터 밥을 먹이고 중성화 수술까지 모든 책임을 생각하고 고민하면 시작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나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외부로 나와 보니 주변에 기르는 사람도 많고 동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일하는 사람도 많다.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시선이 언론에서 접한 것만큼 적대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아마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임 안에만 있었다면 이런 건 못 느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회정책이 동물과 살지 않는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동물과 같이 사는 사람에게 훨씬 더 필요한 게 많다. 이들이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게 답답하다. 요즘은 동네에 가는 사람들을 눈 마주치면 인사부터 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들에게 안전해져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사회를 좋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동물 덕에 깨달은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길고양이를 사랑하고 아끼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면 나 혼자로는 할 수 없다.


박새솜기자

gcinnews@gmail.com






금동땡 알림함 1호 


금동땡 알림함 모습 


금동땡 알림함 청소도구함 내부


 

커뮤니티 센터 옆 설치되어 있는 물과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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