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가죽




샤를 페로 글. 페리 그림. 계몽사 어린이 세계의 동화


요즘 유행하고 있는 하얀 토끼발모자를 매일매일 쓰고 다니는 딸아이를 보니 <당나귀 가죽>이 생각이 난다.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집 중 하나인 <당나귀 가죽>은 여타의 공주님들과 조금 남다른 행보를 걷는다.취직을 하는 공주님이라니! 멋지다. 어느 나라의 왕비가 병사하자 그녀를 못잊은 임금님은 왕비를 가장 닮은 딸, 마리아를 왕비로 맞이하기로 한다. 경악스럽지만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어린이들의 정신붕괴를 막기 위해 왕비의 여동생으로 편집해놓는다.마리아의 유모는 영리해서 왕에게 시간을 느낄 수 있는 드레스, 훌륭한 달밤의 드레스, 태양의 빛을 머금은 듯한 드레스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페리의 그림을 보면 이 드레스들이 예뻐서 입이 쩍 벌어진다. 수채화인데도 질감이 느껴지게 그리다니 이야기가 더 생생해진다.임금님은 능력자셨다. 그 어려운 걸 척척 해내셔서 마리아는 울면서 유모에게 달려간다. 유모도 만만찮다. 왕가의 보물인 귀를 흔들면 금화가 나오는 당나귀를 죽여 가죽을 달라고 하라고 시킨다. 이쯤 되면 유모는 혹시 스파이가 아닐까 싶다. 신하들의 만류를 말리고 당나귀는 가죽이 되어서 마리아에게 왔다.유모는 당나귀 가죽을 우리 딸처럼 마리아의 머리에 씌워주고 예쁜 얼굴에 검댕을 묻혀주며 이웃나라로 도망가라고 한다.그렇게 지체 높은 아가씨는 농가에 취직해서 마당청소와 돼지 먹이 주는 하녀 일을 하면서 고되게 살아가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웃나라 왕자님을 반하게 해서 결혼을 하는 이야기다. 왕자랑 만나는 계기도 재밌지만 내용을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 생략한다. ㅎㅎ마리아의 결혼식에는 임금님도 오셔서 자기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면서 훈훈하게 끝난다.역시 동화다. 보통 전쟁이 나야 할 법한 상황일 텐데 쿨한 임금님께 감탄한다.우리 어린이들이 토끼 가죽(?)을 뒤집어 쓰고 이성과 썸도 타고 즐겁게 살아가는 나날이 되길 바란다. 물론 이 가죽은 흉측하지 않고 귀여움을 증가시킨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김지현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