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책도둑/ 마커스 주삭 / 문학동네


등과 팔…늘 이들을 혹사하면서도 고마운 줄 모르고 생활하다가 이들이 아픔으로 비명을지를 때 낯선 곳에 누워 각종 검사를 하고는 뒷목을 갈라 목에 붙어있던 놈을 떼어냈다. 힘든 일이어서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지만 다시 밥을 먹고 산책을 했다. 누군가에게 많이 고맙고 되도록 착하게 살아야겠다 싶었다. 소개하려는 책 '책도둑'은 병원생활을 한 달 넘게 하던 때에 읽었던 책이다. 

마음도 힘들 때였지만 사실은 몸이 말을 안 듣던 때였고, 무엇보다 난생 처음 겪는 이 일이 낯설고 무섭게만 느껴졌을 때였다. 누운 채로 팔을 이용해 간신히 읽어 본 이 책, 다 읽고 난 후에는 뜨거운 국물이 빈 속을 타고 가듯 마음에 한줄기 자국을 남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사람답게'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책도둑'은 무거운 이야기지만 소설 전체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죽음의 신이 화자가 되어 잔잔한 이야기를 한다. 유대인이 핍박받는 이야기가 주되었던 2차 세계대전 이야기지만 책도둑은 그 시절을 살아낸 독일 사람들 이야기이다. 가해자로만 나오지만 무심한 눈길의 주인공이던 독일사람들... 대부분의 문학작품에서 이들은 그런 모습이었다. '책도둑'은 책을 도둑질하는 소녀의 이야기이면서 전쟁을 겪어내는 독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전쟁을 일으킨 그들이지만 사실은 '그들'이라고 할수 있나싶을 정도로 평범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다.전쟁은 누구도 행복하게 하지 않았다. 이들도 공습과 굶주림에 직면했고 힘들게 살아간다. 주인공 리젤의 상황에서 책이란 미지의 세상이기도 하고 현재의 방공호이기도 했다. 글을 떠듬거리며 읽을 정도로 서툴렀던 리젤은 차츰 책을 알게 되면서 다른 불안을 느끼는 주민들과 방공호에서 책을 읽는다. 그 내용이 무엇이건 주민들은 리젤의 책읽기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리젤의 양아버지는 은혜를 입었던 유태인 친구의 아들을 돕는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을까 의심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전쟁의 책임이 옅어질 수 있다는 조바심도 나올 수 있지만 나는 이런 사람들, 상황이 분명 있었을 것으로 믿게 되었다. 사람의 생활, 평범한 이들의 삶과 사랑과 우정은 어디에서든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종 전쟁 영화나 문학작품에 나오면서도 늘 박제화 되어 있던 독일사람들을 모처럼 숨결을 지닌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기뻤다.이 책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건 문장이 간결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내용에서 그대로 영화장면이 떠오를 정도다.(이미 영화로 나왔는데 깡마르고 이지적인 리젤을 상상했던 나는 지나치게 예쁜 주인공에 조금 실망..) 유대인과 우정을 나누고 은혜를 갚는 독일인.. 작가는 실제부모님이, 끌려가는 유대인에게 빵을 주고 채찍을 맞던 독일인의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 작가는 그것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책과 말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사는 모습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말한다. 히틀러의 '마인 캄프(나의 투쟁)'이라는 책과 공습에 사람들의 불안을 덜어주었던 리젤의 책읽기는 같은 말과 글이지만 얼마나 다른지…

특별한 사건과 소음이 없는듯 한데도 조용히 눈물이 흐르는 책이다. 마음을 적시는 책이다.나의 말과 나의 책들은 내 삶을 어떻게 바꾸고 혹은 가꾸고 있는가... 책을 도둑질하고 그 안에서 안식을 구하는 작은 여자아이, 그의 훔친 책이 불안한 다른 이웃들에게 어떤 위안을 주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민경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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