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4월입니다. 올 해도 어김없이 그날이 돌아옵니다. 벌써 5주기라니 세월이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관련된 이가 없어도 4월은 힘이 드는 달입니다. 도서관에서도 한 켠에 추모의 뜻을 담아 관련 책을 전시하고 노란 종이배를 접어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주로 어린아이들인지라 내용은 잘 모르고 어설프게 종이배만 접어서 벽에 붙여 놓지요. 조금 더 자라면 알게 될 일이라 억지로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내용도 모르고 <우연한 빵집>을 읽어보려 집어든 날이 마침 4월 16일인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겠지만 읽다 보니 그날이 지나고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한적한 동네 주택가 뒷골목에 빵집이 하나 있어요. 간판도 가게 이름도 없이 그저 자그마한 빵집입니다. 빵집 주인은 소설가가 되려고 방황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레시피와 빵집을 물려받습니다. 그 덕에 오래전 친구를 만나게 되지요. 그 친구는 결혼을 앞두고 그 배를 탔어요. 약혼자를 남긴채...
유난히 빵을 좋아하던 윤지는 태환이와 진아의 친구입니다. 학교가 다른 두 아이는 윤지를 보내고 마음을 잡지 못하지요. 이 작은 빵집을 정말 우연히 발견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된 하경이는 오빠가 군대에서 의문사하게 된 아픔을 가진 아이입니다. 
이렇듯 저마다의 사연은 빵집을 매개로 이어지는데요, 때로는 눈물의 빵을 씹으면서, 혹은 말랑한 빵 반죽을 만들면서요. 그리고 작은 빵집에 그들 모두를 초대하는 베이킹강좌가 열리게 되고 모두는 빵집으로 향합니다. 빵집주인은 그 뒤 뭘 할까요? 짐작하는 대로입니다. <우연한 빵집> 소설을 시작하는 것이죠.
빵집 이야기라 여러 가지 빵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져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말랑한 반죽으로 하얀 속살을 가진 따끈한 빵이 나올 때면 빵순이는 그저 침이 꿀꺽하니 넘어갑니다. 가벼운듯하나 자꾸 먹먹하게 하는 책입니다. 아직 그날에 대한 일은 다 밝혀지지 않았고 오히려 정치화하는 사람들로 인해 비난도 무성하지요. 그들을 보내고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저 돈의 잣대로 재는 이들이 더한 아픔을 주는 게 작금의 사정입니다. 
빵집의 사람들처럼 반가운 소식도 늘어갑니다. 희생자 엄마들이 모여 연극무대를 펼치고 생존 학생 중에는 유치원교사의 꿈을 접고 응급구조사가 되려는 친구도 있어요. 같이 응원합니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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