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믿어달라더니!
동일학원, 납품업체에 기금받고 생활기록부와 서·논술형 채점 소홀 등 지적
서울시교육청 2013년부터 감사결과 학교명 공개
<동일학원 전경 출처_동일여고 홈페이지>
지난 10월 박용진 국회의원이 ‘유치원 감사결과’를 공개하면서 정국이 들끓었다. 사립유치원의 비리문제로 촉발된 정국은 교육청 감사결과에 대해 '학교실명공개' 요구로 이어졌다. 그 동안은 감사를 해도 학교이름이 가려져 어느 학교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감사관들은 합의를 통해 2013년부터 올해까지 그 동안 학교마다 받은 감사 지적사항과 처분 내용 등 일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12월17일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서울시교육청이 관리하는 고등학교 중 관내 동일학원의 동일여고와 동일여상의 감사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5년 3월 ~ 2018년 7월까지 학교법인 동일학원 및 동일여자상업고등학교의 업무처리 전반에 대한 감사에서 납품업체로부터 부적절한 학교발전기금을 받았고, 교원채용 과정 및 학생 생활기록부 정정 시에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이 드러나 1건, 시정1건, 주의3건 총 5건의 처분을 받았다.
뿐만이 아니라 2년 전인 2016년 9월 동일여자고등학교를 대상으로 2012년 ~ 2016년까지의 업무전반에 대한 감사에서는 1억원이 넘는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고, 매점수입을 학교회계로 편입치 않는 사안 등으로 경고 1건, 주의 1건, 시정·개선요구 1건 총 3건의 처분을 받았다.
납품업체로부터 기금 받아
동일여상은 2015년~2017년도 당시 교복, 체육복, 생활복 납품업체였던 곳으로부터 2015년 6월19일에 학교발전기금(이하 기금)으로 3,962천원을 받았으며, 2016년 한 해 동안 4곳의 납품업체로부터 430만원을 받는 등 2년 동안 5개 업체로부터 826만원의 기금을 받았다.
4곳의 기탁 내역을 상세히 살펴보면, 2016년 3월10일 200만원을 기탁한 모 업체의 경우 기금 접수 일주일 전인 3월3일에 5,277천원 어치를 납품했다. 납품건수가 5건인 다른 2개 업체 역시 각각 100만원을 기탁했으며, 마지만 한 곳은 2016년 12월 10일에 방송촬영 사용료 30만원을 기탁했고 이를 동일여상은 발전기금으로 접수했다.
발전기금은 기부자에게 반대급부가 없어야 하며 기부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발전기금 조성 시 제한(금지)사항으로 어린이신문·납품업체, 편입학 학부모 제공 기부금 등 성격이 불분명한 기부금품에 대해서는 회계편입이 금지되어 있다.
기간제 교원 임용 공정성 확보 못해
기간제 교원 임용 업무처리에 있어서도 주의를 받았다. 기간제 교원 임용 시에는 사립학교법과 동일학원 정관 등에 따라 학교장은 자격 요건, 심사위원회 구성, 심사일, 심사방법 등이 포함된 임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간제 교원은 이 임용 계획에 따라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공개 채용을 통해 임용된다.
그러나 동일여상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88명의 기간제 교원을 신규 임용하면서 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채용 공고문 후 인사위원회 심의만 받아 바로 임용 절차를 진행했다. 또한, 서류 전형의 배점기준도 누락됐는데 서류 전형의 평가 요소로 정해진 자기소개서, 교직 적합도, 지도능력에 대한 배점기준이 없이 서류심사를 진행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생활기록부 수정 규정도 어겨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에 있어서도 정정 권한을 가진 교원의 서명이 누락됐다. 생활기록부는 당해 학년 이전 입력자료에 대해서는 원칙적 정정이 금지되어 있으나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고 이 자료를 첨부한 내용으로 사유, 내용에 대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절차를 거치고 나서도 담임(담당), 담당부장, 교감, 교장의 결재과정을 거쳐야하며 이 과정에서 대결(대신 결재) 또는 전결 처리가 아닌 직접 확인 후 처리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동일여상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결재된 총 1,064건의 학교생활기록부 정정대장 중 34건에서 담당부장 또는 교감의 서명이 누락되거나, 교감 대신 교무부장 혹은 행정실장이 대결해 정정한 사실로 주의를 받았다.
학원 법인카드 약 2800만원 사용 후 따로 입금해
그리고 학교법인카드 사용에 있어 동일유치원, 동광초등학교, 동일여자고등학교, 동일여자상업고등학교 등 각 기관의 카드가 아닌 동일학원 소유카드로 사용 후 결재금액을 동일학원 법인카드통장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총 28,055,960원을 사용한 사실을 지적해 주의를 처분했다.
또한, 2015년 3월부터 2018년 7월 감사일 현재까지 구입한 물품을 물품대장(에듀파인)에 등재하지 않고, 2년마다 정기적으로 재물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물품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로도 시정조치를 받았다.
2016년 동일여고1억 넘는 공사를 수의계약하기도
2016년 9월 동일여자고등학교에 대한 감사에서는 주의 2건, 시정·개선요구 , 경고1건의 처분을 내렸다.
동일여고는 일반경쟁입찰방법을 해야하는 1억 원이 넘는 태양광 발전설비 공사를 수의 계약으로 진행해 경고를 받았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시행하는 태양광 발전설비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하면서 마감 기한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공사실시 업체를 임의로 선정·수의계약으로 공모 지원서를 제출해 선정된 이후 보조금 65백만원을 받아 총 1억47백만원의 공사를 하면서 그대로 수의계약으로 시공했다.
서술형 논술형 채점 소홀
또한 학업성적관리 절차 미준수 및 서·논술형 평가 채점 소홀로 기관 주의를 받았다.
동일여고는 서․논술형 평가 채점 시 문항별로 채점하되, 두 사람 이상의 채점자가 각각 별도로 채점하여 그 평균 점수로 함을 원칙으로 하고, 채점교사는 답안지 채점 후 채점 내용 및 점수 표기의 정확성 여부를 점검·확인한 후 서명해야 함에도 2016학년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교차채점을 하지 않았으며 문항별 점수를 기입하지 않고, 총점만 기록하여 채점하는 등 정기고사 서술형․논술형 평가 채점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주의를 줬다.
직영 매점 수익 8억원 학교 회계로 포함 안해
학교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점의 수입지출 등 회계처리 부적정에 대한 시정·개선 요구를 내렸다.
동일여고와 3개교(동광초교, 동일여중, 동일여상)는 2004.6.부터 2016.9.감사일 현재까지 학교매점을 직영방식으로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매점 운영에 따른 수입과 지출은 '학교회계'가 아닌 “매점회계”로 별도 관리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교매점을 직영방식으로 공동 운영할 때에는 공동 운영 주관교에서 판매수입금을 학교회계로 세입조치 한 후 세출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이익금은 각 학교의 학교회계로 전출하여 학생복지비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2012년3월부터 2016년8월까지 기간 중 학교매점을 직영방식으로 공동 운영하면서 5년 동안의 학교매점 판매수입금 총 누계 827,642,622원을 학교회계에 세입조치를 안하고, 매점물품 구입비, 매점판매 인건비, 일반운영비, 부가가치세로 총 누계 640,544,129원을 직접 집행하고, 발생한 순이익금 중 총 누계 151,117,303원만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전출하여 학생복지사업 등으로 사용했다. 또한 학교별 매점 외상거래와 매점상품권 발행 등으로 매점의 실제 판매 수량과 수입금의 불일치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시 교육청관계자는 “공개된 이외의 곳은 감사지적 사항이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또한 감사는 해당 사항에 따라 '주의','시정','경고'등을 내리며 시정을 요구한다. 시정이 되지 않으면 징계절차에 들어가며 문제의 경중에 따라 견책 및 감봉을 진행하는데동일학원은 시 교육청의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완료했다.
믿어달라지만?
일부 사학 유치원들의 비리, 숙명여고의 교사의 학교 답안지 유출 사고 등으로 학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깊어지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학부들이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있다. “학교를 믿어달라”는 이야기다. 학부모들이 학교 일에 딴지 걸지 말고, 감시자가 아니라 지지자가 되어달라고 덧붙인다. 이번 교육청의 감사결과 발표는 과연 학교에 대한 무한의 지지와 신뢰를 가질 수 있을지, 공공재인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역할을 어디에 둘 것인지 다시 한 번 되짚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편,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남부교육지원청 역시 유치원2곳, 초등학교 15곳, 중학교 9곳에 대한 감사결과도 공개했으며 본 지는 이후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감사결과를 분석해 보도할 예정이다.
박새솜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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